[자유성] 이격거리 500m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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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3 06:44  |  수정 2024-01-03 06:59  |  발행일 2024-01-03 제27면

상주시는 2021년부터 함창읍 나한리에 추모공원 설립을 추진하였으나 도심주거지와 가깝다는 문경시의 반대에 부닥쳐 아직 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상주시는 최근 태양광발전소의 난립을 막기 위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에 나섰다. 도로나 마을에서 500m 이내에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지 못한다는 것이 개정 조례안의 주요 골자다. 이미 건립된 태양광발전소가 도내에서 가장 많으며 지난해 건립신청 건수가 전해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500m 이격 거리는 농촌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잣대여서 문제다. 농촌에서는 인구 고령화로 휴경지가 늘고 노인들의 생활은 날로 궁핍해지고 있다. 평지의 농경지는 임대 소득이라도 얻을 수 있지만 산골의 논밭은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없어 잡초만 무성해 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소는 휴경지에서 노인들이 생활비를 얻을 수 있는 유력한 소득원이다.


상주시는 사통팔달의 도시다.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 등 도로법상 도로가 들과 산을 가리지 않고 그물처럼 펼쳐져 있다. 이들 도로를 기점으로 500m 안의 땅을 제외하면 산이든 들이든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설 곳은 없다.


문경시의 반대로 멈춰선 추모공원 건립지와 주거지의 사이는 두 개의 산등이 가로막고 있다. 두 지점은 현장에서는 '산 너머 산 아래'다. 그러나 지도상 직선거리는 500m에 불과하다. 지도상 거리 500m는 평지와 산지가 사뭇 다른 것이다. 상주시는 이를 간과하였다가 난관에 부닥쳤다.


상주시의 태양광발전소 건립규제를 보고 있노라면 추모공원 설립 과정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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