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너머로] "정치인 백 마디 공약보다 소박한 너 한 그릇이 훨씬 낫구나"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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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6 07:34  |  수정 2024-01-26 07:41  |  발행일 2024-01-26 제13면

국수

대구의 한 국숫집에서 파는 4천500원짜리 잔치국수다. 평소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곳에서 파는 메뉴는 대부분 몇천원 선이다.

고물가가 계속되면 서민들은 당장 먹고 입는 것부터 부담이 된다. 치솟는 물가가 힘든 것은 식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소비 생활 전망'을 조사한 결과, 한 해 동안 지출 부담이 가장 컸던 분야로 '외식비'가 꼽혔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점심식사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직장인이 늘어났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렴하고 맛있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손님으로 늘 붐빈다.

추운 날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꽁꽁 언 몸도 풀리고 배도 든든해진다.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마음도 푸근해진다. 무엇이든 비싼 가격 앞에서는 괜히 가난하게 느끼고, 저렴한 가격 앞에서는 괜히 부자처럼 느끼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곳곳에서 정치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여당·야당, 자칭 진보·자칭 보수, 신(新)세력·구(舊)세력 상관없이 그리 반가운 인물이나 소식은 없는 듯하다. 선거에서 이겨보겠다고 시끄럽게 싸우는데 보는 사람은 공허할 뿐이다. 누가 더 나은지가 아니라 더 엉망인지 뽑는 선거라면 차라리 웃기기라도 하겠다.

사람들이 국수를 먹는 식당에도 배경음악처럼 뉴스가 나왔다. 선거 때마다 '산해진미'를 차려줄 것처럼 하는 정치인들의 말보다 내 눈앞에 있는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이 백 배는 낫지 않을까.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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