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소방관 순직]"수광이 수훈이 두고 못간다..." 눈물 바다가 된 발인식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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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3 10:47  |  수정 2024-02-05 08:43  |  발행일 2024-02-05 제6면
3일 문경장례식장서 김수광 소방장·박수훈 소방교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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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고(故) 박수훈 소방교의 발인식이 열린 3일 경북 문경시 문경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운구차 앞에 서서 흐느끼고 있다. 오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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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김수광 소방장과 고(故) 박수훈 소방교의 발인식이 열린 3일 경북 문경시 문경장례식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박 소방교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수광이 수훈이 두고 못 간다,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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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소방서 구조 구급대기실 내 고(故) 김수광 소방장 옷장에 2일 국화꽃이 놓여 있다. 오주석 기자


경북 문경 육가공품 생산 공장 화재를 진압 중 순직한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발인식이 열린 3일 문경장례식장은 눈물 바다 그 자체였다.

발인이 시작되기 30분 전인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장례식장 입구에는 하늘의 별이 된 대원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모인 동료 소방관들이 도열했다. 검은 상복 차림의 친척과 친구들, 군 전투복을 입은 옛 동료들도 함께했다.

오전 8시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영정을 가슴에 품은 동료 소방관이 고개를 숙이며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소방관들은 일정한 제식에 맞춰 대원들의 관을 천천히 운구했다. 뒤이어 유가족들이 "어떡해~"라며 흐느끼며 걸어 나왔다.

운구차 앞에서 선 유가족들은 "아이고 수광아. 어떡해…"라고 목놓아 울었다. 박 소방교의 할머니는 "안 된다. 이렇게 못 보낸다"며 통곡했다.

고인들을 위한 묵념에 유족들은 허리를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쏟아지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잠시 후 운구차의 트렁크가 닫히자 유가족들은 차량을 어루만지며 속에 담아 둔 이야기를 쏟아냈다. 박 소방교의 한 유가족은 "이젠 다시는 못 보지 않는가. 조카의 명복을 빌어줬다"며 "살아생전 조카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라고 했다.

두 소방관은 이날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 열린 영결식장에 가기 전 생전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문경소방서도 들렀다.

유가족들은 소방서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구조구급 대기실에 도착해서는 부모들은 고인들의 근무복을 가슴에 안고 아들의 온기를 느꼈다. 문경소방서 동료들은 거수경례하며 순직한 두 젊은 소방관의 넋을 추모했다

슬픔 속에서도 유족들은 소방관의 안전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유족은 "소방에서 유사한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힘써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그는 사고 당시 현장 상황 등에 대해선 "우선은 수사기관의 합동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면서도 "최근 소방노조 관계자와 만나 폭발 원인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업체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 고립돼 숨졌다. 당시 건물 내부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수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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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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