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선택을 줄이는 '그' 회색티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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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6 06:51  |  수정 2024-02-16 08:02  |  발행일 2024-02-16 제26면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 회색티만 가득한 옷장
중요한 의사 결정 외에는 선택 줄이려는 그만의 방식
다가올 총선, 선택권 많지만 고를 사람은 없다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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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 회색티를 즐겨 입는다. 인터넷캡처
페이스북의 창업주인 마크 저커버그를 검색하면 십중팔구는 회색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나올 것이다. 청문회 등 일부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를 제외하면 대부분 회색 티셔츠 차림의 저커버그를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중 한 사람인 저커버그가 옷을 살 돈이 없어서 회색 티셔츠만 입진 않을 것이다. 부자는 절약을 많이 한다는데, 돈이 많지만 옷에 쓰는 돈을 줄이려고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저커버그가 입는, 이 아무 무늬도 없는 회색 티셔츠는 '브루넬로 쿠치넬리'라는 고급 브랜드의 제품으로 한화로 40만원 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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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의 옷장. 인터넷캡처
돈이 없어서 돈을 아끼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유는 뭘까. 조금 비약이 있지만, 한마디로 딱 하면 '생각하기 싫어서'라고 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날마다 어떤 옷을 입을지, 아침에 뭘 먹을지 고민한다. 이런 작은 결정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며 "중요한 일 외에는 의사결정을 적게 하고 싶다. 그래서 가급적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보고 출근하기 전 '오늘은 뭘 입을까. 셔츠를 입을까. 그렇다면 넥타이를 할까. 넥타이는 무슨 색이 좋을까'를 공들여 선택하고, 운동 삼아 수영장에 가기 전 '어떤 수영복과 어떤 수모와 어떤 물안경을 가져갈까' 생각하는 스스로가 바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넓은 선택의 폭은 행복한 고민일 때도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거슬린다. 여러 선택지 중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불편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짜증스럽기까지 하고 이 선택권을 버리고 싶다.

4·10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우리 지역구 출마자도 서너 명은 될 것이고 비례대표까지 하면 엄청나다. 사실 유권자 대부분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선택지가 많지만 쉬운 선택이다. 정당을 보고 표를 던지는 이도 있을 것이고, 친분이나 이익을 위해 가까운 이를 고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이렇게 쉬운 선택을 하는 게 옳을까. 공약을 뜯어보고 믿음직한 나라의 일꾼을 뽑는 일이 이렇게 쉬운 게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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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비례대표 투표용지. 48.1cm로 올 총선이 치뤄지기 전, 현재까진 가장 긴 투표용지로 기록됐다. 영남일보 DB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투표용지는 5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준연동제가 적용된 4년 전 총선은 48.1㎝였다. 이번에 용지의 길이가 늘어난 이유는 위성정당이 더 생긴 탓이다. 48.1㎝ 안에서 선택해야 했다면 올해는 선택의 폭이 2㎝ 더 늘어난 셈이다.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선택하고 싶은 후보나 정당을 하나씩 고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 고민, 행복하지 않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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