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진상 시산제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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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04:48  |  수정 2024-02-21 06:54  |  발행일 2024-02-21 제27면

지난 일요일 오전 10시쯤 상주시 중동면 회상나루관광지 낙동강 변 주차장에 대구 번호판을 붙인 대형버스와 승합차가 도착했다. 버스 앞 머리 전광판에는 'OO산악회'라는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버스에서 등산복 차림을 한 50~70대 수십 명이 나와 트렁크에서 접이식 테이블과 상자 등 여러 물건을 내리더니 강변에 제단을 꾸렸다. 'OO산악회 시산제'라는 현수막을 걸고 제단 양 옆에는 태극기와 산악회 깃발을 세워놓았다. 7~8명은 옥색 두루마기와 건(巾)을 착용했다. 강물을 향한 시산제(始山祭)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회상나루 관광지 관리인들이 "관광지 주차장에서 이런 행위는 하면 안된다"고 안내했으나 "제만 지낼 것이니 양해해 달라"며 강행했다. 제(祭)가 끝나자 여러 개의 테이블에 술과 음식을 놓고 먹기 시작했다. 다시 관리인들이 제지하자 짐을 챙기더니 그곳으로부터 2.5㎞ 정도 떨어진 상주농협중동지점 앞 마당에서 다시 술판을 벌였다.


뿐만 아니다. 같은 날 상주시 사벌국면 경천대 관광지 주차장에서는 3개 산악회가 시차를 두고 시산제를 지낸 후 술판과 화투판을 벌였으며, 고성방가까지 이어졌다. 경천대 관리인들은 이들이 음식 찌꺼기를 함부로 버리고 토사물까지 남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설날 이후 첫 휴일인 지난 주말부터가 시산제 시즌이다. 시산제는 한해의 안전산행을 기원하고 먼저 간 산우들을 추모하는 제사의식이다. 경건한 자세가 필수다. 산에는 한 발짝도 올라가지 않은 채 버스 옆에서 제사를 지내고 술판을 벌이는 행위는 진상 그 이상일 수 없다. 시산제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경건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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