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인터뷰] "수술 할 수 있을까요? 병원 연락만 기다리고 있어요"…대구 60대 환자 '한숨'

  • 노진실,이윤호
  • |
  • 입력 2024-02-22 16:03  |  수정 2024-02-24 09:18  |  발행일 2024-02-23 제6면
당초 이번 주 대구 한 종합병원서 심장 수술 예정이던 60대
지난 19일 병원으로부터 '수술 연기' 안내받고 기약 없이 대기
"정보 부족에 답답…지금 밀린 환자들 한꺼번에 감당할 수 있나"
2024022201010008458.jpeg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횡단보도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빨간불 신호에 대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사진
대구의 60대 A씨가 한 병원으로부터 받은 수술 안내문에 수술일이 '2024년 2월 23일'로 적혀 있으나, 최근 기약없이 연기됐다.
"그냥 병원 연락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상황이 괜찮아져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대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A씨는 원래대로라면 이번 주 초반 대구의 B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오는 23일 심장 관련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의료현장에 혼란이 생기면서 A씨의 수술도 연기됐다.

A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수술이 기약 없이 연기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일 오후에 간호사가 전화로 '환자분, 뉴스에 나온 상황(전공의 집단 사직)이 벌어질 수 있어 예정일에 수술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라며 "'그럼 언제 가능할 것 같냐'고 물으니 '정확하게 말 못 한다'고 했다. 그 후로 아직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년 여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던 A씨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수술을 기다려왔다. 평소 숨이 차서 계단을 잘 오르내리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A씨는 "B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길래 일정을 잡고 기다리던 중이었다"며 "이제 수술을 받고 좀 나아지겠지, 더 악화 되지는 않겠지 기대하며 수술 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참 안 좋다. 왜 많고 많은 날 중에 내 수술일이 그때로 잡혀서 이런 일(연기)이 생겼는지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숨이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된 이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 중 하나가 '정보 부족'이라고 했다.

A씨는 "지금은 병원마다 비상상황이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된 환자들에게 좀 더 상세히 안내를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병원에 아는 사람도 없어 그냥 TV 뉴스만 보며 병원 상황을 짐작만 할 뿐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려야 할지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의료 현장의 혼란이 잠잠해진 후에도 또 다른 혼란이 걱정된다고도 했다.

A씨는 "상황이 좀 나아진다고 해도 이번에 수술이나 진료가 미뤄졌던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병원에서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보다 더 몸이 안 좋은 환자들은 어쩌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울 수는 있겠지만, 의사들도 다른 방법으로 의견을 표출해야지 이런 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평범한 한 시민이 지금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 전하기 위해 용기 내 인터뷰를 한 것"이라며 "지금 다른 의료현장에서 고생하고 있을 우리 교수님(집도의)에게는 피해가 안 갔으면 한다. 하루 빨리 타협이 돼 환자들이 무사히 수술·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진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윤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