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벚꽃 없는 벚꽃축제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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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2 04:16  |  수정 2024-04-02 08:35  |  발행일 2024-04-02 제23면

전국 각지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렸다. 벚꽃은 활짝 피어 있는 기간이 짧은 데다, 근년 들어 그 시기가 들쭉날쭉하니 때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벚꽃은 주로 중부지역을 기준으로 4월 중순~5월 초순에 피었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더니 지난해에는 3월 하순에 만개했다. 이 때문에 3월 말 이후에 열린 벚꽃 축제는 꽃이 대부분 지고 잎이 파릇파릇 돋아 오른 상태에서 치러졌다. 축제를 주최한 지자체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피하려 올해는 축제 기간을 1주일 정도 앞당겼다. 야속하게도 올 봄에는 늦게까지 찬바람이 불고 비가 자주 온 탓인지 지난해 같으면 벚꽃이 피었다 질 시기인데도 이제서야 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하고 있다.

나무에 꽃이 피거나 낙엽이 지는 것은 밤낮의 길이와 일조량·기온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체 내의 광색소인 파이토크롬(phytochrome)은 밤낮의 길이를 정확히 감지하여 종자 발아나 개화 등 식물의 생리를 조절한다. 옥신과 지베렐린·사이토키닌 등 식물 호르몬도 꽃이 피는 시기와 피는 양, 성(性)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초본 식물에서 광범위하게 밝혀졌다. 그러나 목본 식물에서의 작용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편이다. 해의 길고 짧음이나 기온·일조량 등이 나무에서 꽃이 피는 시기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벚꽃이 늦게 폈다는데 대한 반론도 있다. 음력으로는 올해 벚꽃이 늦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와 경주의 벚꽃은 춘분(3월 21일)쯤에 만개했다. 음력으로 2월 30일이었다. 올해 음력 30일은 4월 8일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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