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혜택 늘리고 현금 안기고…다급해진 총선판 '쩐의 전쟁'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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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4 07:12  |  수정 2024-04-04 07:47  |  발행일 2024-04-04 제4면
與野, 재원대책 없이 선심성 '票퓰리즘' 공약 남발

여야가 4·10 총선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포푤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적용기준 상향·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내세웠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과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을 약속했다. 또 수십조 원 투입이 예상되는 철도 지하화 공약은 양당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당의 포퓰리즘 공약은 세(稅)퓰리즘, 현금성 포퓰리즘, 개발 포퓰리즘 유형으로 나뉜다.

국민의힘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 올리고
금투세 폐지·5세부터 무상교육
민자유치로 도심 철도 지하화

민주당
근소세 세액공제 기준·한도↑
출생기본소득·대학무상교육
202개 국정공약 266조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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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묻지마 세퓰리즘 남발

정부는 지난해 56조원에 이르는 역대급 세수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세퓰리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소상공인을 위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적용기준을 현행 연 매출 8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조정할 수 있는 상한선인 1억40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간이과제 적용 대상 확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간이과세는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부가세를 대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조세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공약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이 5천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돼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가 내년으로 연기된 바 있다. 금투세 폐지 공약은 1천400만명으로 추정되는 개인투자자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로 내년에만 1조5천억원가량 세수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야당도 세퓰리즘에 적극적이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매매수익에 대한 공제 한도를 현행 250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상향하기로 했고, 소득세 근로소득 세액공제의 기준과 한도를 상향하겠다고 했다. 소득세 기본공제를 가족 구성원 1인당 연 150만원에서 연 200만원으로 높이고, 근로소득자 본인의 체육시설 이용료에 대해 연 200만원 한도로 15% 세액공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다 통신비·자녀 예체능 교육비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야당은 나아가 소득세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세 부담을 기존과 같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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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연음홀에서 '국민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원 계획 없는 현금성 공약

현금성 포퓰리즘 남발도 우려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5세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아 1인당 매월 28만원씩 지원하고 있는 유아학비·보육료를 내년 5세부터 대폭 인상해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공약으로 출생 기본 소득, 대학 무상 교육 등을 발표했다. 출생 기본소득은 현재 8세까지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확대해 17세까지 자녀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0세부터 18세까지 매월 10만원씩 펀드계좌를 적립해 1억원의 기본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 무상교육으로는 국립대와 전문대의 경우 전액 무상, 4년제 사립대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최근 아동·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0세부터 7세 아동에게는 월 50만원을, 8세부터 24세 청소년에게는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연합이 추정한 필요재정은 연 44조5천억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코로나 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것처럼 지역화폐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약 13조원 정도다. 국채를 발행하거나 기존 예산을 조정하면 13조원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현금 지원으로 호재를 맛본 경험이 있다. 총선 직전 당시 문재인 정부는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했고, 이는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 유행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 데다 현금 지원으로는 근본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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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총선공약 전문가 평가 결과 종합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SOC, 여야 재원 문제 없다지만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수십조 원 투입이 예상되는 대형 SOC 사업 공약을 내놓으면서도 명확한 재원 확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교통-인프라 격차 해소 공약을 내놓았다. 철도지하화를 통해 노후화된 구도심 정비와 지역활성화 정책까지 연계한 '미래형 도시공간'을 재창조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즉, 대구를 관통하는 경부선 등 주요 도시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상부 공간에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 밖에도 전국 GTX 건설로 교통격차 해소, 광역교통망 확대, 수도권 고속도로망 확충 등 수십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공약들이다.

민주당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도시철도 도심 구간을 지하화해 그 부지에 주거복합 시설을 짓고 지역 내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약 대상은 △수도권(경인선·경의선·경의중앙선·경춘선·경부선) △대구·부산(경부선) △대전(경부선·호남선) △호남(광주선·전라선) 등의 도심 구간이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 한동훈 위원장은 "민자 유치로 이뤄져 재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고,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사업비는 일단 ㎞당 약 4천억원 정도로 추산해 전체 80조원 안팎이다. 사업비는 대부분 민자 유치를 통해 하고 현물이 국유 철도이기 때문에 국가의 현물 투자를 통해 재원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GTX A 노선 민간 방식 구간을 봐도 건설보조금이 총사업비의 7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민자 유치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민주당은 286개(국정공약 202개, 지역공약 84개)를 발표했고, 이 중 국정공약에는 266조5천165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제21대 총선 당시 99조원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보다 무려 167조5천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더욱 심각하다. 301개(국정공약 185개, 지역공약 116개) 공약을 제시했지만 재정 계획을 묻는 항목에는 공약가계부(대차대조표)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형 SOC 공약은 재원 조달 방안과 사업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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