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hg@teongnam.com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우리 국론을 분열 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통일 정책을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31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서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북한이 이런 이런 저급한 도발을 하는 데 대해 우리 국민이 분열되지 않고, 정부도 잘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오물풍선 살포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북한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게 없다"면서 "2020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걸 만들고 청년교양보장법을 만들고 지난해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만들어서 북한 주민의 언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상황인데,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와 연관시키는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4대 세습' 징후가 포착되는 데 대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장관은 "북한군 서열 1위로 꼽히는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김주애 옆에서 무릎을 꿇고 귀엣말을 하는 등의 예우를 본다면 실제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김주애가 조기 등판하는 건 백두혈동 승계에 의한 체제의 유지 이런 것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하나의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대 세습이 된다면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통일 정책에는 헌법적 가치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적 통일이 기초"라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대북 정책의 핵심 기조"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한반도 통일의 공개 지지를 끌어낸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두고 "윤 대통령이 추진한 자유와 연대라는 가치외교의 금자탑이며, 한국이 국제정치의 소비자에서 국제 질서를 유지,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생산자 반열에 오른 한국 외교 패러다임을 바꾼 전환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31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hg@teongnam.com |
젊은 층 사이에서 통일 인식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에는 '오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도발과 통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을 지게 되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오해"라며 "통일 비용을 투자라고 봐야 한다. 독일의 경우 통일 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였는데, 지금은 4만 달러가 됐다. 우리도 통일을 하면 독일, 프랑스와 비슷해지고 이는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일은 제 2의 국운 융성의 기회이며, 중국 동북3성과 동해에 맞닿은 일본의 지역도 활성화되면서 동북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최근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한 것과 관련해 "결국 체제경쟁에서 패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주민의 남한에 대한 동경심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인 상황에서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이런 노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었다'고 밝힌 데 대해 비판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 장관은 "북한이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할 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배제하고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올바른 안보·대북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과거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히틀러를 만난 뒤 팽창 의지가 없다고 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김 장관은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과거 홍 시장의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에 출연한 김 장관은 홍 시장의 '나토식 핵 공유론'에 대해 "홍 시장은 안보에 대해 대단한 식견을 갖고 계신 분"이라며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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