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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예술가> |
올해 초 방문한 프랑스 미술관 퐁피두 센터는 파리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서 특이한 외관의 하이테크 건축물로도 유명한 장소다. 나는 사진의 역사를 다룬 전시인 '몸에서 몸으로'라는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장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보이는 작업은 미국의 사회학자 루이스 하인(1874~1940)의 아동노동 착취 실태를 폭로한 사진이었다.
사실 루이스 하인은 사진 전공자에게는 입시 때 주입식으로 외우게 하는 역사적 작가인데 퐁피두 센터의 감각적인 전시 설치로 인해 많은 관객들이 작품 앞에 모여 있었다.
그는 당시 뉴욕시에 있는 윤리문화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수업에서 교육적인 도구로써 사진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하인 그 자신도 뉴욕항에 매일 수천 명씩 몰려오는 이민자들을 1904년부터 1909년 사이 200장이 넘는 사진으로 기록하며 다큐멘터리 사진이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변화시키고 고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다.
1908년부터 교사직을 그만둔 하인은 전국아동노동위원회의 사진가가 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극한 노동을 하고 있는 아동 노동자들을 기록했고 당시에는 아동 노동의 부도덕성을 숨기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위협과 폭력을 피해 어렵게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의 사진으로 인해 훗날 1938년 공정노동기준법을 통해서 미국 내 아동 노동을 종식시켰다.
누구나 폰으로 사진을 찍는 지금 시대의 작가들은 대부분 본인 사진 몇 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루이스 하인의 카메라가 아동 노동을 종식시킨 지 9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예술가들은 카메라로 어떤 어두운 현실을 드러내려 할까?
올해 초 스위스 로잔에 있는 사진예술 미술관인 포토 엘리제를 방문했을 때 아일랜드 예술가 리처드 모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는 코로나 시기 전후로 제작된 영상과 사진작업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의 치명적 파괴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존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채굴과 벌목 등의 개발과 생태계 및 환경파괴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긴급해 수세기 동안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원주민들의 눈물의 절규는 흑백 적외선 영상에 담겨 그 어떤 배우의 연기보다 더 절박하고 호소력 있게 전달됐다.
리처드 모스의 이번 작업은 다중 스펙트럼 이미지, 형광 현미경 이미지와 흑백 적외선 촬영 등의 기술을 이용해 광대한 아마존에 임박한 붕괴의 규모를 극단적인 시각 효과로 드러낸다.
이렇듯 10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제작된 현실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 두 작품을 통해 카메라는 여전히 예리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신욱<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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