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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제공 |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 여파로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풍요속에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침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정규직 같은 안정된 일자리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 임시직이나 단기 근로자 등 비정규직만 늘었다. 60세 이상 노인근로자도 증가세다. 직원 없이 사업체를 운영하는 '나홀로 사장'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엔데믹 선언이후 취업자 수 증가, 고용률 상승 등 양적인 수치 개선으로 고용시장이 활기를 띠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딴판이다. 고물가·고금리 탓에 가계 부담이 가중돼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근로자 수가 많아지면서 비정규직이 늘어서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지역 경제활동 인구는 128만6천명이다.
코로나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126만5천명)보다 1.7%(2만1천명) 늘었다. 같은기간 취업자는 121만7천명에서 124만7천명으로 3만명 증가했다. 고용률도 58.2%에서 59.8%로 1.6%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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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2018년 27만6천명이었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말 38만6천명으로 폭증했다. 5년 새 비정규직 근로자가 10만명 이상 늘어난 것.
단기근로자의 비중도 크게 뛰었다.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는 5년 전 23만1천명에서 지난해 말 29만명으로 5만9천명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중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 역시 30.8%에서 39.5%로 10%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근로 시간이 16시간 이하인 초단기 근로자는 6만5천명에서 11만4천명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2018년 16.4%, 2019년 10.9%씩 오른 최저임금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고용주들은 주휴수당(주 16시간 이상 근로자)을 주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 일자리 쪼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일자리 전선에서도 고용 질 악화는 뚜렷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지역 60세 이상 취업자는 26만8천명으로 대구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을 차지한다. 5년 전(19만6천명)보다 36.7%, 10년 전(14만명)보단 91.4%나 급증했다.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 임시·일용직이다.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청의 고용동향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60세 이상 근로자 중 1년 미만 단기 일자리에 취업한 임시근로자 수는 1년새 4.7% 늘었다.
자영업자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에 원재료 가격, 인건비, 임대료까지 오르자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졌다. 대구에 '나홀로 사장'은 2022년 16만4천명에서 지난해 말 16만9천명으로 5천명 늘었다.
대구 달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39) 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매일 10시간 이상 일한다. 김 씨는 "매출이 지지부진한 탓에 아르바이트 비용이 부담스러워 직원없이 혼자 일하는 사장이 많다"고 했다.
자영업자 중엔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를 뛰는 이른바 'N잡러 사장'이 눈에띄게 많아졌다.
부업을 뛰는 전국의 나홀로 자영업자는 2019년 14만1천명에서 2020년 13만9천명으로 줄었지만, 팬데믹 여파가 휩쓴 2021년엔 15만2천명으로 다시 늘었다. 이후 2022년엔 17만9천명, 2023년 18만4천명 등 매년 그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 북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38)씨는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카페를 냈는데 매출이 기대보다 적다. 운영비라도 마련해볼 작정으로 배달일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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