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규성 배재대 교수 - 북쪽에 큰 바닷길이 있다

  • 배규성 배재대 교수
  • |
  • 입력 2024-07-15 21:05  |  수정 2024-07-17 09:47  |  발행일 2024-07-15
[특별기고] 배규성 배재대 교수 - 북쪽에 큰 바닷길이 있다
배규성 연구교수(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특별기고] 배규성 배재대 교수 - 북쪽에 큰 바닷길이 있다
그림 설명: 초록색 선-북서항로(미국, 캐나다 북극해 통과, 캐나다 북극 아치펠라고 통과하는 여러 노선), 빨강색 선-북극점 통과 항로, 파란색(실선)-북동항로(노르웨이 북극해 통과), 파란색(점선)-북방항로(러시아 북극해 통과 3개 노선, 해안선 근접 노선,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노선, 해안선에서 많이 떨어진 노선) ** 검은색 선은 러시아 북방항로 경계선출처-G. 샌더/A. 스코글룬드,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2014

북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중요하다. 우선, 이곳에는 북극의 상징, 북극곰이 살고 있고, 조상 대대로 이 땅에 삶의 터전을 두고 전통적인 경제 활동인 해양포유류(고래) 사냥과 어업과 순록 목축으로 살아가고 있는 북극권 원주민 약 50만 명을 포함한 약 40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북극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남극과 더불어 이곳이 세계 기후의 균형을 유지하는 '세계의 냉장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주요 요인이 된 지구온난화(기후변화)는 북극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따뜻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실제로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따뜻함은 바다 얼음의 해빙을 의미한다. 해빙이 녹으면 태양광선 반사가 줄어들고 바다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여 지구 온난화 효과가 더욱 확대된다. 북극은 또한 세계의 해류를 순환시켜 전 세계적으로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을 이동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최악의 영향으로부터 북극을 보호하려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부분이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결과라고 밝혀진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기온 상승)는 북극해의 얼음 면적을 감소시켜 왔다. 2000년 이전에는 800~630만㎢를 차지했지만, 2005-2010년에는 540~430만㎢에 불과했다. 21세기 첫 10년 동안의 기록적인 결과는 2007년에 430만㎢에 달하는 기록을 남겼다. 더 많은 얼음이 사라진 2012년에는 340만㎢로 줄어들었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북극 해빙 면적은 평균 966만㎢로 45년 위성 기록 중 7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2006년과 동률을 이뤘다.
북극에서 얼음이 녹는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선은 해양 환경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북극해 연근해에서는 석유, 가스 및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었다. 얼음이 없는 넓은 해양 지역은 어업과 낚시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재생 가능한 동식물 자원에 대한 손쉬운 접근을 제공했다. 동시에 이것은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 및 자연환경에 위험을 초래했다. 북극의 기후변화는 또한 이 지역의 국제 해운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됨에 따라 2030년에는 최대 1.22미터 두께의 얼음에서도 운항할 수 있는 쇄빙 화물선들이 북극항로를 통과할 수 있다. 2045년부터 2060년까지 적당한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 일반 화물선조차도 북극점을 지나 항해할 수 있다. 북극을 통과하는 쇄빙 운송(ice shipping) 경로는 유럽과 아시아 및 북미 사이의 항해를 결정적으로 단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은 상당한 연료 절약과 대기로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얇은 1년생 바다 얼음은 쇄빙선의 도움 없이도 내빙 선박의 항해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북극해의 크루즈 관광을 포함해 북극해의 관광 개발에 대한 가능성과 전망도 증가하고 있다.
북극에는 3개의 항로가 북극해를 횡단하고 대서양(유럽)과 태평양(아시아) 사이를 연결할 수 있다. 첫째, 북유럽을 출발하여 캐나다 북극해 아치펠라고를 통과하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 둘째, 북유럽을 출발하여 시베리아 북쪽 해안을 따라 베링해까지 연결된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 1933년 소련 정부는 이 루트의 소련측 구간을 북방항로(Northern Sea Route)라고 불렀다. 마지막으로 북극점(North Pole)을 통과하는 북극점 횡단 항로(trans-polar passage)가 있다. 이들 항로의 명칭은 유럽과 아시아(중국)를 연결하는 북극해 탐험이 유럽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유럽(대서양)을 기점으로 서쪽으로 향하는 항로를 북서항로, 동쪽으로 향하는 항로를 북동항로라 한다. 이러한 항로 연결은 파나마 운하 또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전통적인 남방 해상 경로와 비교하여 유럽과 북미(미국과 캐나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새로운 경로를 제공하고 실질적으로 거리와 시간 및 경비를 줄여준다. 상하이에서 로테르담까지의 해운 총 길이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면 25,588km,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19,530km, 북서항로(캐나다)를 통과하면 16,100km, 북방항로(러시아)를 통과하면 15,793km, 북극점을 통과하면 13,630km이다.
이 세 항로의 조건을 비교해 보면, 북방항로(Northern Sea Route)가 국제 항행, 특히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통항에서 가장 편리하다는 명제를 도출할 수 있다. 북서항로가 여름에만 그리고 주로 북부 지역에서 캐나다와 미국 해안경비대 선박에 의해 항행에 산발적으로 이용되는 반면, 북방항로는 러시아 선박에 의해 이미 일년내내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쇄빙선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1년 이래 국제 항행을 위해 이 통로를 열었다. 기상 및 수문 서비스도 이미 제공되고 있으며, 훨씬 더 열악하게 해도가 그려진 캐나다 아치펠라고의 미로와 비교하여 훨씬 더 용이하게 항행이 가능하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해 항로 탐험은 900년대 바이킹이 스칸디나비아 북부와 아이슬란드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러시아와 중국 간의 직접적인 해상 연결을 구축하기 위한 해로(항로)를 찾는 아이디어는 16세기에 처음으로 러시아 외교관 게라시모프(R. Gerasimov)에 의해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러시아 탐험가들은 시베리아 북극의 "북동항로"를 항해했으며, 결국 1600년대에 베링 해협을 건넜다. 이 루트의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최초의 완전한 통행은 19세기에 나타났다.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에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북서항로"의 추구는 '대항해 시대(the Age of Discovery)'에 북극 탐험을 주도했다. 존 캐벗(John Cabot), 마틴 프로비셔(Martin Frobisher), 헨리 허드슨(Henry Hudson)과 같은 탐험가들은 개방 수역 경로를 찾는 데 실패했다. 북서항로는 전설적인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그의 선원들이 그린란드에서 알래스카까지 항해한 1906년까지 완전히 항해되지 않았다. 그의 탐험은 상대적으로 작은 배(어선을 개조한 것)가 필요했고, 해빙이 이동하면서 탐험 여행을 더 위험하게 했다. 결국 탐험은 약 3년이 걸렸다.
배규성 연구교수(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