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지방소멸 가속…'일터·쉴터·놀터·배울터' 어우러진 생태계 시급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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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09  |  수정 2024-08-09 07:03  |  발행일 2024-08-09 제26면
인재유출 높은 첨단학과에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여
우수인재를 머물게 한다면
지역에 좋은 기업들 몰려와
제대로된 지방생태계 구축

[경제와 세상] 지방소멸 가속…일터·쉴터·놀터·배울터 어우러진 생태계 시급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지자체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저출산·고령화가 대세인 데다 청년인구 유출이 맞물리며 지방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1970년대 이래 정부에서는 일관되게 수도권 억제정책과 함께 지방에 일부 좋은 직장과 주택, 고속도로, 철도, 다리, 산단 등 다양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서울·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유는 좋은 일자리나 정주환경 등 하드웨어성 물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성 문화요인이 어우러진 생태계 때문이라고 지난 2월 본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최근의 두 제안이 주목할 만하다. 첫째는 중앙대 마강래 교수의 초광역권 내 '강력한 대도시권' 구축 및 KTX 역세권 주변에 청년이 원하는 기업 유치와 문화·상업시설을 집중시킨 '압축적인 공간' 구축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지방소멸 분야 전문가인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의 후쿠오카, 나고야, 삿포로 등 비교적 성장 동력을 확보한 지방 도시와 그 주변 지역을 육성한 '중핵 도시' 구축으로, 지역대학 출신 인재가 해당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방금융을 연계한 지방산업 육성 전략이다.

이 두 가지 전략의 대전제는 이미 서울·수도권과 지방은 체급과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방에 서울·수도권과 비슷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강점과 경쟁력에 기반하여 스스로 생존·성장할 수 있는 지역 특유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핵심 생산요소인 인구가 급감하고 저축도 줄어 자본 투입에도 한계가 있어 과거와 같은 요소투입형과 혁신주도형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태계 주도형 전략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흥미롭다.

기업의 경우 이미 국가 간, 개별 기업 간 또는 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소위 '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 간 경쟁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애플 생태계'를, TSMC는 전통 파운드리 사업에 패키징, 테스팅 등을 연계한 'TSMC 생태계'를,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인 GPU뿐만 아니라 변환 소프트웨어인 'CUDA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 국가 사례로서 이스라엘은 엘리트 교육을 통한 인재를 배출하여 세계시장에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맥을 연결해주고 지식을 나눠주는 글로벌 유대인 네트워크(생태계) 구축 덕분에 실리콘밸리와 나스닥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따라서 대구경북이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부품·제조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보육·교통·문화·체육·복지 인프라 같은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인 생활 생태계와 포용성 문화 생태계가 어우러진 생태계를 구축하여야만 한다.

이와 관련 윤석열 정부의 도심융합특구와 교육특구 등은 지방정부가 디자인하고 여러 부처가 협력하여 패키지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로서 지방 대도시 도심에 첨단·벤처 일자리인 일터(일자리), 쉴터(주거), 놀터(여가), 배울터(교육) 등을 집적하여 복합거점, 즉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매우 희망적이다. 특히 엘리트교육의 일환으로 의대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간호대, 첨단학과 등 인재유출이 높은 학과에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이는 입시제도 운영으로 우수인재를 지역에 머물게 한다면 좋은 기업들이 지역으로 몰려와 제대로 된 지방생태계 구축이 기대된다.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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