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이모 씨는 휠체어를 타는 언니와 함께 앞산 케이블카를 찾았지만, 승강기·경사로가 없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도움으로 겨우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남구 전자민원창구 캡처> |
이모 씨는 남구청 공개 상담 민원 홈페이지에 '앞산 케이블카 장애인 및 노약자 통행을 위한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 설치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 씨는 지난달 22일 휠체어를 타는 언니에게 앞산의 풍경을 보여주고자 앞산 케이블카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매표소까지 가는 길부터 순탄치 않았다. 매표소가 2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는 물론, 휠체어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마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직원 등 3명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들고 외부 계단을 통해 힘겹게 매표소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한 후에도 이 씨에게 케이블카는 여전히 멀었다. 케이블카 정거장에 가기 위해 또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그곳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호출 벨도 없었다. 결국, 이 상황을 목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케이블카 정거장까지 휠체어를 옮겼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이 씨는 "큰 도움을 받아 감사했지만, 민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두 번 다시 앞산 케이블카를 찾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또 몸이 불편한 지인에게 앞산 케이블카를 추천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부디 앞산 케이블카를 누구나 망설임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 앞산 케이블카에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시설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교통약자가 삭도(케이블카, 곤돌라)·궤도(케이블 철도, 모노레일)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및 하위법령을 개정·시행했다. 시행령에는 교통약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거장 시설에 경사로, 승강기,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문을 연지 수십 년이 지난 앞산 케이블카엔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령이 신설·변경되는 시설에만 적용되고 이미 완공된 시설에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구 관계자는 "앞산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민간업체에 편의 시설 개선을 요청했으나, 준공한 지 오래돼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추후 리모델링 계획이 있으면 업체에 다시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관광지라면 당연히 교통약자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특히 앞산은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만큼, 지자체에서 나서서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열린 관광지' 공모 사업을 통해서라도 이동 편의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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