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론 파젯 '한 소절'

  •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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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2  |  수정 2024-09-02 07:22  |  발행일 2024-09-02 제21면

[송재학의 시와 함께] 론 파젯 한 소절
시인

흘러간 노래가 있다

할아버지가 흥얼거리시던 노래

이런 질문이 나온다,

"아니면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같은 노래에

같은 질문이 나온다

노새와 돼지로

단어만 바꾼

그런데 종종 내 머릿속에

맴도는 소절은 물고기 부분이다

딱 그 한 소절만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마치 노래의 나머지는

노래 속에 없어도 되는 것처럼

론 파젯 '한 소절'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사는 시인 패터슨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영화'패터슨'은 짐 자무시의 연출작이다. 영화에서 공개되는 7편의 시는 짐 자무시의 친구인 뉴욕파의 시인 론 파젯이 영화를 위해 작업한 것이다. 주인공 패터슨은 늘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노래 중에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라는 구절이 자신에게 다가온 과정을 숙고한다. 어느 평론가의 패터슨 이야기에 공감하기에 그 부분을 옮겨 적는다. "같은 노래의 같은 질문에 단어만 바꾼 저 노래의 구절처럼 패터슨은 반복되는 일상들을 살아가는 가운데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의 순간을, 그 빛나는 시적인 순간들을 새 노트에 적은 것이다. 이런 관찰은 세상을 좀 더 진지하게 그리고 애정을 기울여 보게 하는 것이다. 시를 쓰기 위해 사물을 오래 바라보고 그것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세상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시 본연의 가치이다. "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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