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지미 친 감독·2023·미국)…꿈에는 나이가 없다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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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7  |  수정 2024-09-27 08:12  |  발행일 2024-09-27 제14면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지미 친 감독·2023·미국)…꿈에는 나이가 없다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스틸컷. <네이버 영화 제공>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지미 친 감독·2023·미국)…꿈에는 나이가 없다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파도를 헤치고: 다이애나 나이애드 스토리'(2013)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수영 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의 이야기다. 젊은 나이에 장거리 수영 선수로 이름을 날린 나이애드는 맨해튼 섬 둘레 45㎞를, 바하마 섬에서 플로리다까지 164㎞를 완주, 신기록을 세웠다. 64세 때는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바다 수영 종단에 성공했다. 29세에 도전해 실패한 바로 그 코스였다. 거리는 177㎞, 만 이틀하고도 다섯 시간을 바다에서 헤엄친 결과였다.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원제 NYAD)는 바로 이 이야기로 만든 영화다. 나이애드는 그리스어로 '물의 요정'이란 뜻이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 지미 친이 감독했다. 영화는 중간중간 실제 영상을 넣어 사실성을 높인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둘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나이애드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의미를 묻자 "깊은 감정과 관계된 복잡한 문제"라 말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이 말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해가 쉽다.

이 영화는 나이애드 역의 아네트 베닝과 보니 역의 조디 포스터를 빼고 말할 수 없다. 아네트 베닝은 65세, 조디 포스터는 61세였다. 화장기 없는 주름진 얼굴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두 배우의 열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영 선수와 코치를 소화하기 위해서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나이애드의 영화가 아니라,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의 영화라 해도 좋을 것이다.

"수영장이 개라면 바다는 늑대"라는 말이 있다. 나이애드는 어떻게 60이 넘은 나이에 늑대와의 싸움을 다시 할 생각을 했을까. 영화가 보여주는 동기는 이렇다. 62세 생일을 맞은 그녀는 어머니의 유품에서 시집을 발견하고, 메리 올리버의 시 '여름날'의 한 구절을 읽는다. "결국엔 모든 것이 죽지 않는가. 격정적이고 귀중한(wild and precious),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 말에 그녀는 젊은 날에 실패했던 도전을 다시 하기로 한다. 멈추었던 수영 연습과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한다. 팀원을 모으고 자금을 모은다. 친구인 코치 보니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상어와 독성해파리, 거센 해류 속에서 환청에 시달리면서까지 53시간을 헤엄친 그녀는 마침내 꿈을 이룬다.

29세에 실패한 도전을 62세에 다시 시작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녀는 기어이 해내고야 말았다. 네 번의 실패는,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점검하고 준비하는 기회일 뿐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나이애드는 자신에게 연민을 갖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며 끊임없는 열정과 지구력을 발휘했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나이애드는 '꿈을 좇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꿈에는 나이가 없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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