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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영남일보 DB |
부친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장례를 치른 이복동생들은 제사 주재자인 장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4-2부(재판장 신안재)는 장남 A씨가 이복동생 B씨와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B씨는 요양병원에서 부친을 간병하다 지난 2020년 5월5일 부친이 사망했음에도 장남인 A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후 B씨는 A씨 몰래 부친의 장례식을 치른 뒤 화장한 후 선산이 아닌 봉안시설에 유골을 안치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B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당시 1심은 A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지만 제사 주재권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청구 부분은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제사 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망인의 장남이 제사 주재자가 된다"며 "망인의 유체·유골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이에 따른 관리 및 처분은 종국적으로 제사 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A씨에게 망인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몰래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했다. 이는 제사 주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만인의 장남인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 사건 불법행위의 동기와 경위, 불법행위 전후 전황, A씨와 B씨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300만 원으로 정한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복동생 C씨에 대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C씨는 줄곧 베트남에서 거주했다. 망인이 사망할 당시 곁에 있지도 않았고,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며 "C씨가 B씨와 함께 망인의 유해를 제사 주재자인 A씨의 의사에 반해 임의로 환장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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