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히트플레이션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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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1  |  수정 2024-10-01 07:04  |  발행일 2024-10-01 제23면

식물은 낮에 광합성으로 탄수화물을 만들어 몸집을 키우고 잎과 열매를 맺는다. 또 생명현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호흡을 한다. 호흡은 탄수화물을 소비한다. 호흡으로 소비되는 탄수화물이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탄수화물의 양을 초과하면 식물은 살아갈 수 없다.


이산화탄소와 햇빛, 수분으로 이뤄지는 광합성은 온도의 변화에는 둔감한 편이다. 반면 호흡은 온도의 영향이 크다.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식물은 5~25℃의 구간에서 온도가 10℃ 오르면 호흡량이 2~2.5배 가량 증가한다. 온도가 오르면 호흡에 의한 탄수화물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경북 상주시에서 재배되는 준고랭지 포도는 추석 전에 출하된다. 그러나 올해는 추석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익지 않아 수확량의 70%를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는 포도알이 굵어지지도, 익지도 않은 원인은 과호흡이라고 지목했다. 주간의 폭염이 밤에도 누그러들지 않아 호흡량이 크게 증가하고, 열매에 공급된 탄수화물이 부족하여 굵어지지도 당도가 올라가지도 않았다는 것.


폭염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현상이 온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기온상승은 수분부족·돌발병해충 발생 등 여러 가지 이상 현상을 일으켜 식량의 작황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중 광범위한 가뭄이나 홍수, 돌발병해충은 그 효과가 미미할지언정 나름의 대응방안이 가능하다. 그러나 야간의 기온상승으로 유발된 호흡량 증가에 의한 식량작물 작황부진은 해결방안이 있을 수 없다. 지구의 온도상승 억제뿐이다. 이하수 중부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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