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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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9  |  수정 2024-10-09 07:11  |  발행일 2024-10-09 제22면
'ESG 경영' 세계적 추세

국내 상장사 공시도 의무화

작년 지역 기업 ESG 평가

대다수가 '취약'등급 받아

사회 공헌 활동 더 늘려야
2024100801000276200009841 영향력이 커지면 책무도 늘어난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SG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ESG 경영은 기업이 조직을 관리 운영함에 있어 환경 오염·탄소 배출 감축과 지역 사회와 관계 증진, 기업윤리 실천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는지 살펴보는 정량적 지표와 함께 '비재무적' 지표도 기업의 가치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 ESG는 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로 꼽힌다. 자본시장에서도 투자의사 결정은 물론 장기적인 재무적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기업들의 ESG 평가 정보를 적극 활용한다.

한국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내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대상이다.

하지만 지역 기업들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당장 지난해 대구 코스피 상장사 22곳 중 'ESG 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은 곳은 2개사뿐이다. DGB금융지주와 한국가스공사만 '우수' 등급에 이름을 올려 체면치레했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금융지주사와 공기업이란 점을 고려하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회사들은 대부분 C등급에 머물렀다. 그만큼 취약하다는 얘기다. ESG 평가는 S(탁월)부터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까지 모두 7단계로 나뉜다.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엘앤에프, 이수페타시스, 삼익THK, 화성산업, 대동, 대성에너지, 평화홀딩스, 상신브레이크, 티에이치엔, 세원정공 등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 대다수가 ESG 경영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별도의 전담 인력과 부서를 두고 ESG 경영을 실천하는 곳이 드문 만큼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리 만무하다.

기업 입장에선 실적도 안 나오는데 ESG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와 환경 분야를 차치하고 사회 분야에서 지역 기업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역 사회의 협력과 도움 없이 오로지 스스로 힘으로 성장한 기업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지역민, 협력 업체, 수많은 단체들과 알게 모르게 연결돼 성장해 온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지역 사회 공헌은 물론 다른 소규모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의무를 지닌다. 더욱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시장은 자생력을 갖기 위해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iM뱅크와 대동, 삼보모터스, 삼익THK 등 스타트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기업도 있다.

민선 8기 출범 후 대구시는 산업 구조 재편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ABB 산업, 로봇, 시스템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지역 기업들의 지원과 동참은 필수다. 또 투자자들은 물론 국제 사회가 수출 기업에 요구하는 잣대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ESG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박종진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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