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난쏘공'의 절규는 현재진행형 (1) '난쏘공'이 쏘아올린 작은 공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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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0  |  수정 2024-12-30 16:51  |  발행일 2024-12-20 제13면
오는 25일은 작가 조세희 타계 2주기

1970년대 사회문제 다룬 그의 소설 속

시대 관통하는 의미 현재에도 빛 발해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난쏘공의 절규는 현재진행형 (1) 난쏘공이 쏘아올린 작은 공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舊)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

고(故) 조세희(1942~2022) 작가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 서문에서 이같이 썼다. 그의 대표작인 난쏘공은 1978년에 나왔지만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소설이다. 수능 지문에 실리고,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 문학 최초로 300쇄를 돌파했다. 지난 2월엔 누적 판매 150만부를 기록했다. 46년 전 나온 소설이 아직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뭘까.

난쏘공은 1970년대 재개발지구에 사는 도시빈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시절 난장이라 불리는 노동자 가족의 애환을 그린다. 가난과 불평등, 거대한 부조리, 인간 소외의 문제를 생생히 담고 있다. 그런데 지금 봐도 마냥 소설 같지만은 않다. 세계는 1970년대에서 몇 걸음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바뀐 건 있다. 고층의 빌딩이 들어섰다. 영양 과잉의 시대다.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 빛나는 상점들이 거리를 장식한다. 교육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 그런데 사는 건 왜 이리 힘이 들까.

지난해엔 산재 사고에 대한 뉴스가 유난히 많았다. 떨어졌다, 끼였다, 깔렸다, 뒤집혔다. 노동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이것은 모두 현재 진행형이지 소설이 아니다. 도시는 휘황찬란해졌지만 난장이들은 여전히 자라지 못했다. 대구의 상황도 좋지 않다. 임금 처우는 낮은 수준인 데다 경기 침체 탓에 소상공인들도 신음한다. 먹고살기 팍팍하다. 최근 계엄사태에서 드러난 현실 또한 비슷하다. 그것은 조세희가 지적한 '자라지 못한 사회'의 단면일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개선들'만 반복하는 현실 속에서 누군가는 억압을 마주하고 있다.

여전히 난쏘공이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구조적 문제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빌딩은 더 높아졌지만, 그 빛 아래서 살아가는 난장이들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오는 25일은 조세희가 타계한 지 2주기 되는 날이다. 다가오는 2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이 던진 질문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것은 아직도 인간의 존엄과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그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할까. 난쏘공의 궤적을 되짚어본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난쏘공'의 절규는 현재진행형 (2) 아직 자라지 못한 시대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를 읽지 않는 세상 어서 오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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