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영남일보 신춘문예] 전혜린 작가 당선 소감…상상할 수 없어도 존재하는 것들에 관하여

  • 전혜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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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1  |  수정 2025-01-01 08:45  |  발행일 2025-01-01 제16면

[2025 영남일보 신춘문예] 전혜린 작가 당선 소감…상상할 수 없어도 존재하는 것들에 관하여
전혜린

소설의 매력은 시각적 구체화의 부재가 허락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이나 영화,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는 현실에서 구체화되어야 하나, 활자로 직조되는 소설은 추상적인 세계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사실 나도 케이크가 아닐까'의 케이크들도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상상되지 않고 추상성에 머무릅니다. 케이크들은 언뜻 인간의 외형을 가진 것으로 짐작되나, 신체의 각 명칭이 호명될 뿐 그들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시각적 구체화의 부재는 합평 단계에서 번번이 지적되었으나, 저는 이 작품이 상상할 수 없어도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케이크 세계의 사고 체계로는 명료화할 수 없지만 또 다른 인식의 세상 속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들의 이야기요. 그래서 케이크의 외형 묘사를 불분명하게 남겨두었습니다. 그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24년을 돌이켜보면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재(三災)의 마지막 해를 지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뜻밖에 새로운 기회를 거머쥐기도, 무탈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일이 막히기도 하며 한 해를 지나왔습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고비겠지, 하던 순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기쁜 만큼 우려도 큽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성급하게 상을 받게 된 건 아닌지. 그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믿고 지지해준 소중한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버티겠습니다. 누구보다도 마음을 써주신 김민정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본 작품을 응원해주신 방재석 교수님, 김종광 교수님께도 존경을 전합니다. 늘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친구들, 동고동락하는 학우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또 다른 자리에서 삼재를 겪었을 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당선 소식을 끝으로 제 인생에서 삼재가 물러갈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 나라의 삼재 역시 당선 소감이 발표될 땐 사라졌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춥고 고된 시기를 견딘 모든 분께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2000년 경북 구미 출생 △연세대 철학과 학사 졸업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석사 재학 △서울 거주 △제41회 계명문학상 장르소설 부문 '아이'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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