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펑크 시대에 9억 들인 수성못 공중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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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1  |  수정 2025-02-21 07:09  |  발행일 2025-02-21 제27면
요즘 경기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훨씬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실제 기업체나 자영업자의 경기가 나빠 작년에 펑크 난 세수가 무려 30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줄인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이 6조5천억원이나 된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알뜰한 살림살이가 요구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9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한 대구 수성구의 수성못 상화동산내 공중 화장실을 놓고 뒷말이 많다. 최근 준공한 공중화장실은 기존 화장실 부지( 95.4㎡) 위에 들어선 것이니, 설계비와 시공비로만 9억원을 썼다는 얘기다. 대구의 30평형대 고급 아파트 한 채 값보다 더 들어간 것이다. 공중 화장실의 설계를 스페인의 건축가에 맡겼다는 것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화장실 내에 있는 변기뿐 아니라 휴지걸이조차 고급 외국제품이다. 수성못에 산책 나온 시민들은 화장실 리모델링비가 9억원이라는 말에 화가 나고, 화장실 내 외국산 변기에 짜증이 난다. 수성못에서 멀지 않은 동네 체육공원 내 화장실에 휴지가 없었던 경우를 경험한 주민들은 더욱 그렇다.

이 화장실은 예산편성 때 이미 수성구의회에서 논란이 됐다. 수성구청이 명품 화장실으로 만들겠다고 설득해 통과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낸 세금을 수성구청이 함부로 쓴 사례로 보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다 내년 6월에는 수성못 한쪽에 300억원이 투입되는 수상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수성못에는 이미 작은 수상 공연장이 있다. 이 곳에서 열리는 공연은 거의 없다. 인근 수성아트피아 공연장도 공연없는 날이 훨씬 많다. 그래서 세금이 또 한번 허투루 사용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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