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에 피해를 입은 영덕읍 석리 마을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렸지만, 강수량이 부족하고 바람이 거세 진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했다. 이후 봄철 주풍인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급속히 번지며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졌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순간풍속 27m에 달하는 강풍이 불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23명에 달한다. 산불 영향 구역도 3만3천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산불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바람'을 꼽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의성 지역은 서풍이 강하게 부는 지형적 특성이 있으며, 이 바람이 화선을 동쪽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로 산림청 분석에 따르면 불길의 앞머리가 길게 형성되며 해안 지역인 영덕까지 번졌다.
문제는 이후의 바람 방향이다. 현재는 뚜렷한 불머리가 없는 상태지만, 바람이 남쪽 또는 북쪽 계열로 전환될 경우 기존의 긴 화선이 다시 불머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산불은 남쪽으로는 안동·영양, 북쪽으로는 청송·의성 방면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인근은 남풍이나 남서풍이 불 경우 화마의 위협에 직접 노출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오늘 내린 비는 양이 적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바람 방향에 따라 산불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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