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경북 산불…축구장 49만9천여개 면적 피해

  • 박종진
  • |
  • 입력 2025-03-27 21:21  |  수정 2025-03-27 21:34  |  발행일 2025-03-27
대피 3만3천명 절반 귀가 못해…안동·청송·영양·영덕도 특별재난지역
사망자 23명으로 늘어…국가유산 9건 등 문화재 피해도 ‘눈덩이’
[포토뉴스] 검게 그을린 청송군 달기약수터 인근 야산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엿새째인 27일 오후 청송군 달기약수터 인근 야산이 산불에 검게 그을려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역대 최대 피해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경북 산불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대했던 비 마저 진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화재 엿새째날에도 큰 불길을 잡는데 실패했다.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의성에 이어 안동과 청송·영양·영덕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됐다.

26일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된 의성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62%에 머물고 있다.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의 지역별 진화율은 각각 63%, 80%, 60%, 55%다.

이들 지역 산불영향구역의 총합은 3만5천697㏊ 수준이다. 축구장 49만9천400개, 서울 면적의 59%에 해당하는 규모다. 불길은 이날 오후들어 초속 3~4m의 북서풍을 타고 이동하다가 밤 9시부터는 서풍의 영향으로 동진을 이어갈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 비가 내린 곳도 있으지만 화마를 잠재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강수량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불길 확산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강풍으로 인한 빠른 확산세도 피해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번 경북 산불은 지난 25일 뛰는 사람보다도 빠른 시간당 8.2㎞의 속도로 확산되며, 불과 12시간 만에 의성에서 51㎞ 떨어진 영덕까지 확산시켰다. 진화속도 보다 확산 속도가 한참 빨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도 늘어났다. 지난 25일 실종됐던 산불감시원이 진화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불길에 휩싸여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이번 산불로만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역별로는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9명, 의성 1명이다. 대피자수도 3만3천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 1만5천369명은 아직도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주택 전소 등 지역민의 피해가 계속됨에 따라 이재민 주거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문화재 피해 역시 역대급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27일 오후 5시까지 경북 산불로 인해 국가유산 18건이 피해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지정 유산은 9건, 시·도지정 유산은 9건다.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등에 이어 이날 안동 지산서당, 국탄댁, 송석재사, 지촌종택이 전소됐다. 안동 구암정사도 화마의 손길을 전부 피하지는 못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이날 안동·청송·영양·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경남 산청군을, 23일에는 울산 울주군·경북 의성군·경남 하동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경북에 상주하며 총괄할 것을 지시했다.

한 대행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재민 구호와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며 “이재민의 건강과 안전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고, 산불 진화 인력과 자원봉사자들도 탈진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지원 체계를 가동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자 이미지

박종진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