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에 10분 버티는 방염포 ‘만휴정의 기적’ 만들다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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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7  |  수정 2025-03-28 07:44  |  발행일 2025-03-28
특수재료로 만든 천 열기 차단
주변 불길에도 온전한 상태로
지붕까지 덮는 기술도 개발 중
방염포 덕분에 소실 피한 안동 만휴정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던 만휴정은 방염포 덕분에 다행히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미스터선샤인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연합뉴스

경북 산불로 인해 한 때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만휴정이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방염포(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방염포를 활용해 건축 문화재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27일 11시까지 경북 산불로 인해 국가유산 13건이 피해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지정 유산은 9건, 시도지정 유산은 4건다. 지역별로는 안동이 5건으로 가장 많고, 청송(4건), 의성(3건), 영양(1건) 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의성에선 보물 2건이 사라졌다.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가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국가지정 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사남고택도 전소됐고, 서벽고택 역시 안채와 기둥이 일부 소실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청송 만세루(전소), 송소 고택, 영양 답곡리 만지송(천연기념물) 등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안동 만휴정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현장 확인 결과 주변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을 찾은 것 외에는 피해가 없었다. 지난 24일 안동시는 만휴정에 방재 인력을 투입시켰다가 돌풍과 함께 불길이 만휴정 뒤쪽을 덮치자 인력을 철수시키면서 포기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만휴정은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로 무사히 생환할 수 있었다. 앞서 국가유산청과 안동시, 경북북부돌봄센터, 소방서 등은 합동으로 만휴정 기와 지붕을 제외한 목조건물 전면에 방염포를 덮었다. 건물 30개동 가운데 대웅전 등 9개동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린 의성 고운사도 방염포로 싸맨 삼층석탑이 온전한 상태로 확인됐다.

방염포는 방화 성능의 특수재료로 만든 천으로 화재 때 열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목재의 경우 주변 열기가 높을 때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 급속히 불이 번진다. 통상 방염포는 10분간 1천℃~500℃ 온도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현 전주대 교수(소방안전공학과)는 “산불이 나면 최대 1천500℃까지 온도가 오르기도 하지만 외부 표면 온도는 200~300℃ 수준이고, 화재 중심에서 10m가량 떨어지면 700℃ 정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700℃는 방염포가 10분 정도는 충분히 버틴다. 또 화재가 1천℃가 10초이상 꾸준히 유지되지는 않기 때문에 문화재를 지키는 데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1천500℃ 이상 견디는 제품도 있지만 비용이나 무게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사용하는 방염포성능이면 충분하다. 다만 건축물의 지붕, 서까래, 보 등 높은 곳에 있는 부분을 보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제 만휴정 역시 지붕 부분에는 방염포를 두르지 못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부 화재로부터 목재건축문화재 보호기술 개발' 연구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용역에 착수, 올해 시제품을 생산한 뒤 내년부터는 현장 실증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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