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깊고 험해 더딘 진화작업…바위 달궈지면 재발화 우려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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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7  |  수정 2025-03-28 07:42  |  발행일 2025-03-28
청송 생태계 보고 덮친 화마

주왕산 깊고 험해 더딘 진화작업…바위 달궈지면 재발화 우려

27일 청송군 주왕산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헬기 모습.<청송군 제공>

주왕산 깊고 험해 더딘 진화작업…바위 달궈지면 재발화 우려

지난 25일 발생한 산불이 주왕산으로 번지면서 주왕산 일대가 불타고 있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25일 강풍을 타고 청송 주왕산 일대로 번지면서 주왕산 천년고찰 대전사마저 위협하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나 27일 오후 5시 현재 이곳의 푸르렀던 숲은 불길에 휩싸여 검게 변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주왕산을 포함한 청송 지역의 약 5천㏊의 산림이 불에 타버렸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88㎞에 달하는 화선 길이를 형성하며, 주왕산 국립공원도 피해를 입고 있다. 청송군 관내에는 산불 진화 헬기 4대가 투입돼 바삐 소화액을 실어나르고 있고, 인력 550명이 투입되어 진화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왕산면에 이날 오후에 내릴 것으로 예보됐던 비는 야속하게도 아주 약하게 흩날릴 뿐이었다.

푸르른 산림 불길에 검게 변해

국보급 사찰 대전사 근처까지

희귀종 동식물 서식지도 위태

특히 기암괴석이 많고 산세가 험한 주왕산의 특성도 진화작업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진화인력보다 헬기 위주로 진화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골이 깊은 지형 때문에 헬기로는 완전한 진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헬기가 공중에서 살포하는 소화액은 암반 사이사이에 침투하기 힘든데, 그 사이에 끼어있는 낙엽의 경우 불이 꺼지는 듯 하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뜨겁게 달궈진 바위의 경우 겉으로는 불길이 보이지 않다가도 다시 마른 잎에 불을 붙일 수 있어, 재발화 우려도 높다.

생태적 희귀성도 주왕산 사수의 중요 이유 중 하나다. 이 지역은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식하는 중요한 지역으로 산양, 수달, 삵, 담비와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과 2급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야생 동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숲과 수생 환경이 파괴되면 이들 동물들의 서식지도 함께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길이 확산되면서 해당 동물들이 일시적인 이동을 시도하거나 자연적인 서식지를 잃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산불은 주왕산 국립공원의 면적 일부를 덮으며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국립공원의 탐방지원센터와 간이화장실 등 공원 내의 일부 시설이 전소됐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도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 면적은 1만 700㏊에 이른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1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복구 작업은 수십 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산림의 복원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의 서식지 복원도 쉽지 않다.

국보급 사찰인 대전사도 화재 구간에 인접해 있어 소방당국이 긴급대처에 나섰다. 대전사 뒤로 산불 지연제 120리터를 살수하고, 지난 25일에는 대전사 방어를 위한 2만2천 리터 크기의 대용량 저수조를 설치했다. 또한 119산불특수대응단이 예비 주수를 진행하는 등 대전사 보호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사는 주왕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보물 제2010호인 대웅전을 비롯해 다수의 불교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강풍을 타고 번지는 불길이 대전사 근처까지 접근한 상태로 소방 당국은 사찰 보호를 위한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대웅전을 비롯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지만, 강풍과 지형적 한계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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