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 앞바다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는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 <포항시 제공>
포항 영일만 앞바다 시추 사업이 중앙정치권의 상황 변화로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맞물려 국회가 관련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하면서, 동해안 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가 편성했던 505억 원의 사업 예산 중 국회 문턱을 넘은 금액은 고작 8억 원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삭감된 497억 원의 예산은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경제성 부족' 판단과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프로젝트의 키를 잡았던 한국석유공사 김동섭 사장의 임기마저 오는 9월 만료를 앞두고 있어, 사업 주체의 구심점 상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다.
중앙의 불투명한 기조와 달리 경북도는 '지방 주도형 에너지 허브'라는 독자적 행보를 구체화하고 있다. 도는 영일만에서 확보될 천연자원을 처리할 플랜트 시설은 물론, 이를 LNG 터미널 및 수소 인프라와 결합하는 글로벌 에너지 거점 구상 용역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비 지원의 공백은 '에너지 투자 펀드'라는 자본 조달책으로 메운다는 복안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 펀드는 향후 5년간 매년 1천억 원씩, 총 5천억 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재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연속성 확보 외에도 울진의 원자력·수소단지, 대구경북을 잇는 수소 배관망, 경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지역 내 차세대 에너지 산업 전반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투자에 참여한 도민에게 수익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주민참여 이익공유형' 모델을 통해 사업 추진의 동력과 주민 수용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러한 자구책이 차기 정권의 정책 변화라는 변수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권 교체 시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의 우선순위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제적 위상이 걸린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미 확보된 1천716억 원의 국비에 더해 2천억 원 규모의 추가 예산 증액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국가적 행사의 성공적 개최에는 이견이 없어, 대왕고래 프로젝트와는 상반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는 석유공사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며, 정권 변동기에 따른 사업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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