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결국, 남는 건 본질

  • 최미애
  • |
  • 입력 2025-05-14  |  수정 2025-05-13 19:04  |  발행일 2025-05-14 제26면
본지 ‘맛나게 멋나게’ 코너
지역 맛집 매주 금요일 소개
식당 소개에 자영업자 반색
결국 맛집은 맛 자체로 평가
뭐든 본질 지킬 때 살아남아
[하프타임] 결국, 남는 건 본질

최미애 경제팀 선임기자

매주 금요일 영남일보 지면에는 대구경북의 맛집·명소를 소개하는 '맛나게 멋나게'라는 코너가 있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 전반이 위축됐을 때 시작된 코너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맛나게 멋나게'에는 부서와 상관없이 편집국 기자들이 가본 지역의 맛집·명소가 매주 소개된다. 돌아오는 순서에 맞춰 기사를 써야 하다 보니 매번 괜찮다 싶은 곳을 가게 되면 우선 음식에 휴대전화부터 들이대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 코너 자체가 가볍기 때문에 다른 복잡한 기사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에 비해 이 코너에 대한 독자 반응은 그 어떤 기사보다 적극적이었다.

기사에서 소개한 식당·카페에선 종종 전화나 e메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대구의 한 카페 주인은 “기사를 보고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언제든지 놀러 오라"며 기자에게 e메일을 보냈다. 대구의 한 식당에선 지면에 본인 식당을 또 알리고 싶다며 “또 기사 게재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때 한번 나온 곳을 또 소개하는 것은 이 코너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원고지 3~4매 분량의 이 짧은 기사가 식당·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기쁘게 하는 건 특별한 이유는 아니다. 언론 등의 매체를 통해 식당이 소개되면 손님들이 계속 오진 않더라도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대구경북을 포함해 음식업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제 올해 초 여러 기관에서 내놓은 자료에선 이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대면 활동이 활기를 띠면 이전처럼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매출이 저조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치솟는 물가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한몫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표한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식업계 체감경기지수(현재지수)는 70.76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2021년 1분기(66.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경기 하락 국면에서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지 못하면 외면받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맛나게 멋나게'에 소개된 몇몇 식당에 관심이 있어 정확한 가게 위치 등을 문의하는 독자도 종종 있는 것을 보면서 일정 부분 수긍했다. SNS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되는 '주입식' 맛집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이걸 알고 나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조금 '애매한' 맛집을 소개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됐다.

물론 'SNS 맛집' 중에서도 단골을 확보하며 꾸준히 사랑받는 곳이 없진 않다. 맛만 있다면 소비자가 찾아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맛은 가장 정직한 평가자이기 때문이다. 가게의 인테리어가 아무리 화려하고, 각종 SNS로 홍보를 활발하게 하더라도 음식이 형편없다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멀어진다. 반면 외관이 허름하고, 찾아오기 어려운 곳에 자리 잡고 있더라도 맛이 뛰어나다면 결국 손님들로 북적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맛집은 묵묵히 본질에만 집중하는 것 아닐까. 이런 맛집들은 다른 포장에 신경 쓰기보다는 신선한 재료를 꼼꼼하게 손질하는 등 조리 과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다. 결국, 본질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최미애 경제팀 선임기자


기자 이미지

최미애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