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우린 넷플릭스에 폭싹 속았수다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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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6  |  수정 2025-05-16 08:01  |  발행일 2025-05-16 제26면
넷플릭스가 결국 또 요금을 올렸다. 가장 저렴했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가 월 5천500원에서 7천원으로 약 27% 인상됐다. 베이식 요금제 역시 9천500원에서 1만2천원으로 약 26% 올랐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비판이 터져 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 게시판과 뉴스 댓글에는 "사악하다" "이제 끊을 때가 됐다" "볼 것도 없는데 왜 계속 올리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해 쿠팡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인상하자 맘카페와 SNS에서는 쿠팡 탈퇴 인증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그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무료배송이라는 편리함 앞에 소비자들은 요금 인상을 묵인했다. 결국 쿠팡은 별다른 타격 없이 상황을 넘겼다. 오히려 지난달 발표를 보면 멤버십 회원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의 질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최근 '폭싹 속았수다'와 '중증외상센터' '기안장' 등은 강력한 입소문과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넷플릭스가 만든 대화의 장에 참여하고자 한다. 이 흐름에서 벗어나면 유행에서 소외되는 듯한 감각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대화 속에 끼지 못하는 어색함과 단절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거 봤어?" "난 어제 다 봤어" "난 주말에 정주행할 거야"처럼 콘텐츠를 둘러싼 대화는 학교나 사무실, 식탁 위는 물론 단톡방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떤 작품은 정말 흥미로워 보여서가 아니라, '대체 왜 이렇게들 말하지?'라는 궁금증에 보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한두 편 따라보다 보면 구독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넷플릭스는 이제 콘텐츠보다 '소속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된 셈이다.

요금 인상 소식에 "그만 보겠다"는 선언이 나와도, 새 화제작이 공개되면 다시 지갑을 열 것이다. 결국 우리가 넷플릭스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콘텐츠 그 자체보다, 그 콘텐츠를 매개로 형성된 사회적 공감대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아서다.

이번 요금 인상도 당장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겠지만, 결국 조용히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월 1천500원의 인상은 실질적인 부담보다는 상징적인 불편에 가깝다. 문제는 이 정교하게 설계된 넷플릭스의 '사회적 울타리'를 스스로 벗어나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데 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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