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권 산업구조 쏠림이 전례없는 경기침체 불렀다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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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30 20:56  |  수정 2025-06-30 21:47  |  발행일 2025-06-30
대구 1분기 GRDP 전국 꼴찌
“건설·전통 제조업에 의존 탓”
지역 산업구조 재편 필요성


통계청 제공

통계청 제공

대구경북 산업구조의 취약성이 통계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6월26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잠정)' 자료에 따르면, 대경권의 GRDP는 -0.4%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는 -3.9%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전례 없는 건설경기 침체 속에 지역경제가 건설업과 전통 제조업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대구는 건설업에서 무려 24.3%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건설업만 놓고 보면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낙폭을 보였다. 서비스업(-1.0%)과 광업·제조업(-8.8%)도 모두 역성장을 면하지 못했다. 광업·제조업에서는 금속가공·비금속광물·전자부품 등 주요 업종의 생산이 줄었고, 서비스업에서는 숙박·음식, 부동산, 사업서비스 등이 부진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실질 생산력이 급감한 것이다. 반면 경북은 1.6%의 GR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형상 성장한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성장의 상당 부분은 전기·가스(14.8%) 같은 공공 기반 산업과 반도체·자동차부품 등 특정 첨단 업종에 편중됐다.


제조업의 구체적인 성장률은 통계청 자료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GRDP 성장의 상당 부분이 전기·가스 등 비제조 부문에 기인한 점을 감안하면, 일부 업종만 고성장하고 대부분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양극화한 산업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즉 대구는 전통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산업 전반이 급격한 수축 국면에 접어들었고, 경북은 일부 업종에만 의존하는 편중형 산업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전체 산업구조의 재편 없이는 대경권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대구·경북 산업구조의 취약성은 수도권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반도체·전자부품 같은 첨단 제조업과 금융·보험, 정보통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균형 있게 결합된 혼합형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외부 충격에 대한 복원력과 회복 탄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기준 건설· 제조업의 부진에도 서울은 금융·보험 등 서비스업 강세에 힘입어 1.0% 성장을 기록했고, 수도권 전체로도 0.2%의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김대유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지역 GRDP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건설업 부진이고, 지역별로는 산업마다 차이가 있다"며 "서울은 보통 서비스업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고 금융·보험 쪽의 증가가 있어 수도권이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대경권의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로는 외부 충격 발생 시 회복이 어렵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인구유출 방지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전략산업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구체적으로는 전자·의료·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검증된 일부 성공사례를 지역 기반에 맞게 이식하고, 맞춤형 특화산업을 설정해야 한다.


또 청년 창업과 기술혁신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스마트 제조, 인공지능 기반의 생산시스템 등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과 연계한 창업 인큐베이팅, 창업 자금 지원 등 종합적인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 간 연계 강화도 과제다. 기술 내재화와 인재유출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지역 내 고급 인력을 유지하고 활용하는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역 산업과 연계된 특성화 교육 과정, 기술 이전 시스템의 확충이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기존 전통 제조업의 스마트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자동화, 디지털 전환, 친환경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기술·금융 지원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혁신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편 2023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GRDP에서 서비스업 비중은 각각 66.4%, 42%로 가장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지역경제의 성장 변동성과 구조적 의존도를 고려하면 대구·경북은 건설업·제조업 영향이 큰 도시로 평가된다. 건설업·제조업이 수출·고용·공급망 측면에서 실질적인 지역경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GRDP 하락이나 상승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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