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그 자리 없었다” 참사 유가족에 사과한 李대통령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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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6 18:16  |  발행일 2025-07-16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참석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참석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제목의 이번 간담회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위로와 국민의 아픔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대통령실 측은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이 참석했다. 각 부처의 추모지원단에서 직접 전국의 유가족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인솔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보호받아야 할 때, 국가는 그 자리에 없었다"며 정부를 대표해 참사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간 세월호(2017년 문재인 대통령), 12·29 여객기 참사(참사 당일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토부 장관)에 대한 정부 측 사과는 있었으나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여러분들의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으며, 국가의 부재로 인해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간담회는 유가족들의 질문에 이 대통령과 각 부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이 대통령, 강희업 국토교통부 2차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이 대통령, 강희업 국토교통부 2차관. 연합뉴스

유족 대표들의 발언에서 최은경 오송 참사 유족 협의회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재난 원인 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처벌 및 지방정부 지원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설립 및 임시 추모공간 조성 △심리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요구했다.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정부를 향해 "한 번만 만나달라, 159명의 억울함을 제발 들여다 봐달라, 아이들의 이름과 꿈을 잊지 말아달라 했지만 돌아온 건 차갑고 긴 침묵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사와 애도 △참사 관련 정보 공개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 보듬기 등을 요청했다.


김유진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2기 대표는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규명 △항공철도 조사위원회 독립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 중에는 딸의 희생 후 실직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유족과 어머니의 희생으로 가족 전체의 일상이 송두리째 달라진 유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도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의견을 듣고 위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당면 과제를 확고한 의지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행사 말미에 이 대통령은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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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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