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대구 북구 노곡동 한 가정집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흘째 이어진 기록적인 물폭탄에 대구·경북 곳곳이 마비됐다. 도로 침수와 산사태가 잇따르며 피해가 속출했고, 일부 지역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19일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경주 외동읍 106.5㎜, 고령 92.5㎜, 대구 달성 70.5㎜, 청도 67.5㎜, 경산 58.5㎜ 등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5분을 기해 대구에 호우경보가 내려지자, 대구시는 신천동로 양방향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수성구 사월 지하보도와 동구 숙천교, 안심교, 공항교 하부도로 진입도 막혔다.
오전 10시에는 북구 팔거천과 동화천이 수위 상승으로 출입이 차단됐다. 금호강 칠성교 부근 수위는 전날 밤 한때 1m까지 치솟았다가 이날 오전 0.5m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중구청은 이날 오전 11시7분쯤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성명여중 일대 옹벽 붕괴위험이 있다"며 "주민들은 성내2동 행정복지센터로 즉시 대피해 주기 바란다"고 알렸다.
구청에 따르면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옹벽은 길이 250m로, 최근 며칠간 이어진 폭우에 옹벽 위쪽에서 흙이 일부 밀려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후 대구 신천동로가 침수 우려로 전면 통제된 모습. 연합뉴스
경북지역 피해도 확산 중이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고령군 쌍림면 귀원교 일대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경주시 외동읍과 불국동 일대는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로 침수 우려가 커졌고, 오전 4시30분부터 형산강변 유림지하차도 양방향 통행이 제한됐다. 포항시는 냉천 상류 진전저수지 범람과 오이저수지 수문 개방에 따라 하천 접근을 금지하도록 안내했다.
특히 경주에서는 국보 제24호 석굴암 진입로 일부가 유실돼, 국가유산청이 출입을 통제하고 긴급 복구에 착수했다.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리에서는 국지성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경찰이 현장 통제를 벌이고 있다.
도로 유실과 침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고령군 쌍림면 산주리 교량 앞 도로 일부가 유실됐으며, 성주군 저지대 도로는 침수돼 군청 직원들이 배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칠곡군 역시 하천 주변과 농수로 등 위험지역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고령, 포항, 경주, 영주, 상주, 청도, 성주 등 7개 시·군에서 183세대 24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지역별 대피 인원은 고령 51명, 포항 120명, 경주 18명, 영주 15명, 청도 33명 등이다.
산사태 위험도 높아졌다. 현재 청도군에는 산사태 경보가, 고령·성주·예천·안동·봉화·문경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대구기상청은 이날 저녁까지 대구와 경북 지역에 30~100㎜, 많은 곳은 12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일과 21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는 경북 북부 내륙에 540㎜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한편 이번 집중호우는 전국적으로도 기록적인 강수량을 동반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충남 서산 543.6㎜, 경남 산청 516.5㎜, 광주 473.5㎜, 전남 나주 469.0㎜ 등을 기록했다.
연일 이어지는 폭우로 산림청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대구와 경북을 포함한 8개 시도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지반이 크게 약해진 상태에서 추가 강수까지 예보되자 산림청이 대응에 나선 것. 산사태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뉜다.
현재까지 전국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 침수 388건, 토사 유실 133건 등 총 729건이며, 건물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는 1천14건이다. 인명 피해는 사망 4명, 실종 2명으로 집계됐다.

최시웅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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