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 거주하는 은행원 이강훈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자산 현황을 보고 있다. 최미애기자
첫 월급을 받자마자 재테크에 눈을 뜨는 사회초년생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모으는 것'에서 벗어나 '굴리는 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지난 25일 만난 대구 거주 3년차 은행원인 이강훈(29)씨도 입사 후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적금·주식 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해오고 있다.
이씨의 재테크 시작은 평범했다. 입사 첫 해 금리우대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성 적금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납입 금액이 적어 금리가 연 6~7% 수준인 저축은행 적금도 가입했다. 다만, 저축은행 역시 납입 금액이 한 달에 20만원 정도여서 돈을 모으는 게 쉽진 않았다. 이에 매월 저축은행 계좌를 하나씩 만드는 식으로 돈을 불려 나갔다. 이렇게 매월 100만원 가량을 적금으로 부었다.
입사 2년차부터는 주식투자에 눈을 돌렸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다가 현재는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꾸준히 우상향하는 게 서울의 부동산과 미국의 주식이라고들 하는데요. 서울 부동산은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액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미국주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위험성은 있지만 꾸준히 적립식으로 하다보면 예·적금 보다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투자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는 인터넷이다. X(옛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오는 실시간 정보도 참고했다. 하지만 그 정보를 맹신하진 않는다. 접한 정보를 신뢰할 만한 언론사에서 언급한다면 믿을 만한 정보로 판단했다. 증권사 리포트도 직접 PDF 파일로 내려받아서 읽는다.
이씨는 "가장 중요한 건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라며 "외국발(發) 정보가 국내에 들어오면 2차 가공되는 경우가 많아 진위 여부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원문으로 된 것을 찾아보려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씨는 금액을 크게 늘리지 않고 투자한 금액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주식을 주로 하는 만큼, 환율 추이에 따라 사고팔고 있다.
그는 두 달 전에는 '유튜버 추천주'에 투자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씨는 "그 이후부터는 다른 것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소형주 투자하지 않기, 공매도와 같이 반대로 가는 매매하지 않기, 분할 매수·매도 등의 원칙을 지켜가며 투자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씨가 투자를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거창한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자립을 이뤄 조기 은퇴를 하거나 이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집이나 차를 사거나 결혼 등 목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필요할 때 투입 가능한 자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근 가족과 함께 간 일본 여행 비용을 본인이 다 냈는데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게 업무에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또래 직장인을 위한 재테크 팁을 묻자, 이씨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주식 투자를 하는 건 그 자체가 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재테크 수단에 대한 공부도 강조했다. 그는 과하게 자산을 늘리기 위해 재테크를 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재테크에 대한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경제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하면 보람찬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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