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더운데, 대구서 냉잔치국수 한 그릇 하이소”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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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30 16:38  |  발행일 2025-07-30
얼음 동동 멸치육수에 후루룩 한입
서문시장 국수거리선 익숙한 풍경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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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별미 냉잔치국수는 후텁지근한 여름날 가라앉은 입맛을 서늘하게 깨운다. 된장찌개 하나 끓이는 것도 버거운 날씨에, 얼음 동동 띄운 차가운 멸치 육수를 부은 국수 한 그릇이면 뜨거운 '대프리카'도 잠시 잊을 만하다.


그런데 이 냉잔치국수가 낯설다는 이들이 많다. "잔치국수를 차갑게 먹는다고요?",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대구 사람들에겐 오히려 이런 반응이 더 신기하다. 대구 국숫집에선 당연하게 물어본다. "냉으로 드릴까요, 온으로 드릴까요?". 여름엔 굳이 묻지도 않고 냉으로 내놓는다.


사실 잔치국수는 뜨거운 멸치 육수에 삶은 밀가루 면을 넣고 김가루, 계란 지단, 애호박 등 다양한 고명을 얹어 먹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하지만 대구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에선 잔치국수를 차가운 육수와 함께 먹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 특히 서문시장 국숫집에 가면 메뉴판부터 냉과 온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어 다른 지역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엔 대구식 냉잔치국수가 화제로 떠올랐다. "대구에서는 잔치국수를 차갑게 먹는다"는 게시글에 전국 각지에서 "여름 한정 메뉴인 줄 알았다, "듣기만 해도 신기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문시장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며 경험담을 인증하기도 했다. 덩달아 중화비빔밥 같은 대구 특유의 메뉴도 주목받았다.


방송가도 대구의 독특한 메뉴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KBS2 '편스토랑'에 출연한 가수 이찬원은 대구식 냉잔치국수를 소개하며 "서울은 뜨겁게 먹지만, 대구에선 차갑게 먹는다"고 말했다. 이를 처음 맛본 윤두준은 "국물이 신기하다"며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이 방송은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다.


냉잔치국수가 대구에서 생겨난 배경엔 이 지역 특유의 무더운 기후가 자리 잡고 있다. 대프리카로 불릴 만큼 여름철 기온이 높고 습한 대구에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줄줄 흐르고 체력 소모도 크다. 뜨거운 국수 한 그릇도 온전히 먹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한 그릇 국수라도 빠르고 시원하게 먹고 바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차갑게 식힌 잔치국수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는 게 지역 식문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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