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대구시 북구 노곡동 빗물펌프장에서 '제진기'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남일보DB
지난달 17일 오후 4시 21분,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고 현장에서 '제진기'가 미작동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영남일보의 최초 보도로 알려졌다. 인재(人災) 가능성이 처음으로 거론된 것. 이는 단순 자연재난이 아니라 배수시스템 상의 문제에서 기인된 만큼 곱씹어봐야 할 점이 적잖다는 의미다. 더욱이 물난리를 겪은 노곡동은 15년 전에도 제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곳이다. 이에 기획 보도를 통해 노곡동 침수 사고의 원인과 배수시스템 문제, 재발 방지책 등을 전반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침수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빗물펌프장 문제 VS 고지배수터미널 문제' 책임 공방
노곡동 배수시설을 관리하는 대구시와 북구청은 침수사고를 두고 현재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곡동 빗물펌프장은 대구시가, 고지배수터널은 북구에서 각각 관리한다. 대구시 일각에선 고지배수터널에서 수문 폐쇄를 늦게 하는 바람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마을로 내려와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배수유역 침범' 가능성을 거론한 것.
고지배수터널 수문 폐쇄 매뉴얼 상의 문제로 수문을 늦게 닫는 바람에 침수사고가 나고, 제진기도 부유물로 인해 작동을 멈췄다는 게 대구시의 주장이다.
하지만, 북구청은 빗물펌프장 수문 관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여긴다. 당시 강수량 등을 봤을 때, 직관로를 통해 자연배수가 됐다면 침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북구측 주장이다. 침수 전후 직관로 수문에 문제가 있었고, 이 때문에 빗물이 제대로 자연배수되지 못하고 제진기까지 과부하로 작동을 멈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원인 분석 및 재해대응 시스템 개선 주목
노곡동 침수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온 조사위원회는 4일쯤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종합적인 재해대응 시스템 개선 방안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침수사고 원인과 별개로 대구시와 북구청 간에 빗물펌프장 등 배수시설 상태에 대한 정보 공유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배수시설 관리 주체 간 사전 정보 공유 등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같은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분석과 근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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