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근(앞줄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중지를 촉구하는 업종별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청 및 간접고용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하거나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안에는 사용자 책임 확대, 쟁의행위 범위 확장, 손해배상 제한 등 노동계의 숙원 과제가 담겼다. 대구의 경우 원청-하청 개념보다는 밴드 중심의 대기업 납품 구조가 주를 이룬 탓에 노란봉투법의 직접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 △쟁의 범위 확대 △손배소송 제한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간접고용·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을 법적 사용자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한다. 외주화나 구조조정과 같은 경영상 결정도 합법적 쟁의 대상에 포함시킨다. 합법 파업에 대해 조합원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청구하는 관행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역 노동계는 교섭 문턱을 낮추고 단체행동권 위축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대구도시철도 청소노동자 파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이었고, 원청인 도시철도공사는 '직접 고용이 아니므로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란봉투법이 존재했다면 교섭 구도 자체가 달랐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규모 사업장이 없다시피 한 대구에서 노란봉투법이 직접 적용되기엔 여러 변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 제조업체는 원청과의 직접 교섭 구조보다 납품 기반 계약 관계가 많아 법 적용에 있어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받을지 여부는 사법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현장에서 실제 교섭으로 이어지기까진 시간과 사례 축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대구처럼 대기업 협력업체가 밀집된 곳에선 원청 교섭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만으로도 구조적 변화"라며 "다만, 법이 곧바로 현장에서 작동되는 것은 아니며 해석과 판례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하부 의견을 수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지역은 사례 축적과 법 해석 외연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권오중 한국노총 대구본부 총괄본부장은 "대구는 사업장 대부분 기업별 노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사 간 상호 협의도 비교적 원만하게 이뤄지는 편이라 단기간에 큰 충돌은 없을 것"이라며 "관건은 (노란봉투법) 통과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떤 사안이 법적 쟁의로 인정받고 어떻게 적용될지에 달려있다"고 했다.
지역 노동계는 법안 통과 후를 대비해 산업별 조율과 해석 작업에 착수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하청 현장별 판례를 수집하고 적용 기준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노총도 업종별 교섭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 노동계는 법안 실효성 확보차원에서 외주화 결정·사업장 통폐합·공공기관 위탁 확대와 관련된 판례를 축적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대구대 김재훈 명예교수(경제학과)는 "대구는 대규모 사업장이 부재해 원청-하청 개념보다는 밴드 중심의 대기업 납품 구조가 주를 이룬다. 이에 노란봉투법의 직접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 적용은 극단적 갈등 상황에서 법적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야 발동되는 만큼, 노란봉투법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기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완충 장치로 봐야 한다. 지역은 제도적 가능성을 현장 현실과 어떻게 조율할지를 차분히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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