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진기가 쏘아올린 공 <중> 수문 고장난 상황…늑장 가동 제진기에 부유물 몰려 기능 상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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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4 21:23  |  수정 2025-08-05 10:00  |  발행일 2025-08-05
직관로 수문 개도율 저조, 제진기 막힘 현상 발생에 따른 작동기능 저하 등 원인 지적
노곡동 배수시설 관리주체 일원화되지 못한 것도 문제…양 관리주체 사전 소통도 부족
4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노곡동 침수사고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안승섭 민간조사단장이 현장 배수 시스템 도면을 가리키며 주요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4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노곡동 침수사고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안승섭 민간조사단장이 현장 배수 시스템 도면을 가리키며 주요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5년 만에 재발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고의 원인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결국 이번 사고는 노곡동 배수시설 중 하나만이라도 정상 가동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노곡동 배수시설 운영관리체계가 일원화됐다면, 그게 아니었더라도 최소한 이원화된 관리주체가 침수사고 전 사전 소통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로 분석됐다.


"제진기 정상작동 했다면 노곡동 침수 막았다"


지난 달 17일 발생한 노곡동 침수사고와 관련해 당시 제진기가 정상작동 했다면 침수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4일 노곡동 침수사고 조사단은 대구시청에서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노곡동 침수사고 원인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제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다면 직관로 수문이 상태가 안 좋아도 (당시 수량은) 감당이 가능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뮬레이션 결과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노곡동 빗물펌프장에는 1수문인 제진기 관로와 2수문인 직관로가 인접해 있다. 즉, 당시 직관로 수문과 고지배수터널 수문 등 양 수문이 개폐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만약 제진기가 정상 작동해 배수가 원활했다면 침수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마을에 설치된 제진기가 침수 시작 40여분이 지나 늑장 가동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지난 달 17일 노곡동 빗물펌프장의 제진기 첫 가동 시점은 당일 오후 2시 51~56분쯤으로 조사됐다. 당일 침수는 오후 2시 10분쯤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대로라면 내수위가 0.8m 이상일 때 제진기가 가동돼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제진기는 침수가 본격화되기 전에 가동이 이뤄졌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유물을 적기에 제거하고 배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침수가 시작된 지 40여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제진기가 가동된 것. 이미 마을이 잠겨버린 상황에서 너무 늦게 제진기가 가동됐고, 이후 제진기 미작동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배수시설 운영 관리·사전 소통 부족 등 총체적 원인


이날 조사단은 노곡동 침수피해의 핵심 원인을 발표했다.


첫째, 당시 직관로 수문 개도율이 저조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조사단은 "노곡동 마을을 관통하는 직관로 수문은 평상시와 강우 초기에 마을의 우수를 금호강으로 직배수하기 위해 100% 개방(통수단면 확보)이 돼야 하지만 수문 고장 탓에 100% 개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시관리본부는 수문을 임시로 조치·고정하고 있었다"며 "이번 집중 호우 발생 이전인 7월 11일부터 통수단면적의 3.18%만 개도(수문 높이 중 7.95㎝ 개방)해서 운영했고, 이로 인해 직관로의 배수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둘째, '제진기 막힘' 현상 발생에 따른 작동기능 저하를 지목했다. 조사단은 "직관로 수문고장으로 인한 배수로의 기능상실로 직관로를 통해 배수돼야 할 상류유역 발생 홍수류와 유송잡물이 횡월류웨어를 통해 일시에 제진기 입구로 유입되면서 제진기 정상 작동을 방해했다"며 "특히 제진기 측 수로로의 유입 초기 단계에서 제진기를 즉시 가동해 유송잡물을 제거하고 배수능력을 확보했어야 하지만, 제진기 가동이 늦어져 이미 쌓인 협잡물로 인해 제진기 작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셋째, 고지배수로 입구에 설치된 침사지 운영방식이 고지배수로 본래의 기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조사단은 "침사지 상류산지에서 내려온 유송잡물이 홍수류와 함께 직관수로로 유입돼 하강 거치된 직관로 수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제진기로 유입됨으로써 제진기 가동이 불가능하게 돼 침수피해를 가중시킨 원인이 됐다고 조사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노곡동 배수시스템에서 침수피해방지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의 관리주체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노곡동 배수시설을 관리하는 양 관리 주체(대구시-북구청)가 빗물펌프장 직관로 수문 상태 등 중요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을 정황도 확인됐다.


"(임시 조치로 인해) 직관로 수문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것이 사전에 고지배수터널 쪽에 공지가 됐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조사단 측은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원인분석 결과 브리핑에서 안승섭 조사단장(경일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자연재난으로부터 인적·물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재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었음에도, 2010년 2차례에 이어 이번에도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자연재해 저감방안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원으로서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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