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속 하루 20시간 에어컨…전기요금폭탄 ‘예고’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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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5 08:48  |  발행일 2025-08-05
생활비 줄여 에어컨 돌리는 집 늘어
누진제 완화에도 체감효과 ‘물음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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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방학과 겹친 폭염에 에어컨 가동 시간이 치솟고 있다. 하루 20시간 가까이 틀어대는 집도 늘면서, 전기요금 고지서를 앞둔 가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월평균 28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가 하루 평균 5시간 24분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월 전기요금은 약 11만3천500원이다. 봄철 평균 요금(5만2천840원)의 두 배가 넘는다. 같은 조건에서 벽걸이형은 8만3천170원, 스탠드형은 11만3천540원, 시스템형은 11만640원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가정의 에어컨 사용시간은 이보다 훨씬 길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하루 10시간은 기본이고, 열대야까지 겹치면 20시간 가까이 에어컨을 트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전기요금은 순식간에 두세 배로 뛴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아이들이 방학이라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다"며 "밤에도 끌 수 없어 온도를 27도로 맞추고 선풍기 2대를 함께 돌리지만, 전기요금이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요금을 줄이기보다 감수하고 쓰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직장인 배모(43)씨는 "몸에 열이 많아서 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데, 밤에 편하게 자려면 결국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술 한잔, 외식 한 끼를 줄이고 전기료는 감수하자는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전기료가 아까워 시원한 곳만 찾아다니다 보면 오히려 그게 더 돈이 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가 여름철(7~8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 완화해 1단계 사용 구간을 200kWh에서 300kWh로, 2단계를 400kWh에서 450kWh로 확대했다. 그러나 월 사용량이 450kWh를 초과하면 기본요금과 단가가 급등하는 '요금폭탄' 구조는 여전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전 자료를 보면 한 달에 전기를 445kWh 쓰면 전기요금은 약 8만4천460원이지만, 10kWh를 써서 455kWh가 되면 요금이 약 9만3천980원으로 오른다. 겨우 에어컨을 몇 시간 더 틀었을 뿐인데 요금이 1만원 가까이 뛰는 셈이다.


이런 구조 탓에 맘카페 등 주부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누진제 완화만으로는 폭염 속 생계형 전기 사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요금 체계를 절약 유도 중심에서 생존권 보호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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