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잘 적응하는 노인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그중 하나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으면서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들은 집에서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앱을 통해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다. 소비쿠폰을 사용하면 카드사가 휴대전화 문자로 잔액까지 알려준다.
그런데 상당수 노인들은 주민자치센터를 직접 방문해, 지역화폐로 소비쿠폰을 받는다. 대구의 지역화폐는 대구로페이다. 소비쿠폰 발행 초기에 대구로페이를 발급받으려고 노인들이 한꺼번에 주민자치센터를 찾다보니 대구로페이가 금방 동이 나, 며칠 뒤 다시 방문해야 하는 번거러움을 겪은 노인이 제법 많았다.
대구로페이 잔액을 확인하는 것도 노인들에게는 쉽지 않다. 잔액은 iM뱅크 모바일 앱이나 대구로페이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모바일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노인은 그리 많지 않다. 안내번호로 전화를 걸어 노인에게는 쉽지 않은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도, '문의전화가 많아 상담원과 연결하기 어렵다'는 요지의 음성안내가 나오는 경우가 잦다.
대구로페이 사용후 받은 영수증에도 잔액표시가 없어, 노인들은 자신이 사용한 금액을 메모하지 않으면 실수를 할 수 있다. 대구로페이 사용 점포에서 잔액보다 많은 금액을 사용하는 바람에, 결제가 되지 않아 사용한 금액을 낮춰 재결제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다음번 대구로페이 소비쿠폰에는 노인 편의를 위해 영수증에 잔액표기가 되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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