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조금씩 속도가 붙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자는 대의에 아무도 토를 달 수 없지만, 여기에는 향후 정치지형을 결정짓는 묘한 함수가 존재한다. 국민의힘이 정책 제시는커녕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대비된다.
지자체장 출신인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국가 생존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다 문재인정부 당시 초광역 경제생활권을 주도하고 경북문화재단 대표까지 역임한 구윤철 경제부총리까지 취임하면서 균형발전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직접 챙기기 위해 수시로 경주를 방문하는 모습은 정책의 진정성과 별개로 지방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8월 기준 16개 광역단체장(공석인 대구시장 제외) 가운데 민주당 출신이 5명, 국민의힘 출신은 11명이다.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까지 합치면 17개 광역단체장 구도는 5대 12로 '여소야대' 상황이다. 하지만 2024년 22대 총선에서 압승하고 6·3대선에서도 승리한 민주당이 여세를 몰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광역단체장마저 '여대야소' 구도로 만든다면 행정·입법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하게 된다.
집권세력은 이를 뒷받침할 균형발전 정책을 조만간 발표한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오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균형발전 등 12대 전략과제가 포함된 이재명정부 5개년 계획 대국민보고대회를 갖는다. 이때 지역별 맞춤 전략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지역별 표심 공략 전략이 구체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간의 불균형성장에서 균형발전으로 성장전략을 전환하기로 한 정부 역시 '지방 우대'로 정책체계를 전면 개편해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는 방안이 담긴 경제성장전략을 이달 중 발표한다.
무엇보다 단기 성과를 내겠다는 정부 입장이 주목된다. 구 부총리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구체적인 초혁신 경제 아이템을 선택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만에 연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당장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잘못하면 심판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부총리의 발언을 종합하면 결국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도출해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맞서야 할 국민의힘은 보수 재건이나 정책 제시는 고사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이다. 당 일각에서는 한국사 강사 출신인 전한길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전광훈 목사 등 이른바 '3전(全)' 문제가 당을 수렁으로 더욱 깊이 끌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후에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미적거리고 있고, 윤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이른바 '3전 리스크'에 휘둘리면서 '윤석열 그림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야권 관계자는 "대미 관세협상과 경제성장률 성적표, 주가와 부동산 가격 등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야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이 이런 이슈에 대응해 건설적 비판이나 정책적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TK를 포함한 영남 일부 지역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면 지방선거뿐 아니라 차기 총선·대선까지 모두 '블루스윕(Blue Sweep, 상징색이 파랑인 민주당의 싹쓸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이 행정·입법을 싹쓸이한 현상을 '레드 스윕'이라고 부르듯, 한국에서 민주당이 행정·입법·지방권력까지 장악하는 블루스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구경모(세종)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