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탈춤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 실경 뮤지컬 '왕의 나라 시즌3 – 나는 독립군이다'에서 뮤지컬 배우들이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광복 8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8시 경북 안동탈춤공원 특설무대는 거대한 역사극의 장으로 변했다. 실경 뮤지컬 '왕의나라 시즌3-나는 독립군이다'가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800여 명의 관객은 1894년부터 1945년까지 격동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순한 독립운동 재현을 넘어 관객이 직접 '그날'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뮤지컬은 이상룡·김동삼·류인식·김용환·김락·남자현·이육사 등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독립군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졌다. 명성황후 시해와 고종 퇴위, 한일병합 등을 다룬 전반부에서 출연배우들은 절규와 몸짓으로 시대의 비통함을 그대로 전했다.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만주로 떠나는 석주 이상룡의 결단, 독립군 자금 마련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야 했던 김용환의 사투, 감옥에서 시를 남기고 눈을 감은 이육사의 마지막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무대 배경으로 사용된 전통가옥 형태의 회랑은 3D 비디오 매핑으로 역사적 장면을 시시각각 그려내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바닥분수에서 뿜어 나오는 물안개는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공연을 관람한 대학생 김재민(24)씨는 "독립군가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며 함께 노래하는 순간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극단 맥을 비롯한 제작진은 "안동에서 만든 문화콘텐츠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새로운 연출과 기술을 더했다"고 밝혔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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