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의약진흥원 전경
경북 경산에 소재한 한국한의약진흥원이 한의약 분야 인공지능(AI) 사업을 전담할 '한의약AI사업단(TF)'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한의약 산업이 오랜 전통과 경험치 축적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와 AI라는 미래 언어로 전환해 세계적 경쟁 무대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1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한의약은 수천 년간 이어져온 임상 경험과 전통적 지식을 토대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현대 의료 환경에선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 기반의 신뢰 확보가 절실히 요구돼왔다. 이번에 꾸려진 한의약AI사업단은 이같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조직이다. 연구개발 수준을 넘어 정책·제도 기반 마련, 산업적 활용, 국제 협력까지 내다보고 있다.
한의약진흥원은 기존 지능정보화센터에서 한의약 AI와 빅데이터 관련 기능을 분리·독립시켜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한의약AI사업단은 비전과 로드맵 수립, AI·데이터 정책 기반 마련, 서비스 모델 개발과 확산, 빅데이터 확보와 관리, 전문 인재 양성 등 한의약 AI의 전 주기를 책임진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AI 3대 강국'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환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지금까지 보건의료 AI 시장은 서양의학 중심으로만 구축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고유의 지식 체계인 한의약을 접목, 의료 데이터 활용의 지평을 넓히고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새 경쟁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한의학계 내부 혁신 뿐만이 아니라, 한국이 가진 고유의 전통 지식자산을 글로벌 의료·바이오 산업과 연결하는 일종의 '국가 전략적 실험'에도 근접한다.
전문가들은 한의약 AI가 의료 데이터 다양성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금까지 축적된 방대한 한의학 고서, 임상 기록, 처방 데이터 등을 AI가 분석하면 질병 예방·진단·치료 전 과정에서 새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고 여긴다. 개인 맞춤형 치료 모델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만성질환 관리·웰니스 산업 등 미래 의료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영역에서 한국형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전통의학 시장에서 한의약 AI 모델은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한 '표준화된 디지털 전통의학'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
김상진 한의약AI사업단장은 "한의약AI사업단은 한의계 디지털 혁신을 견인할 미래 보건의료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근거 중심의 '한의약 AI 전진기지'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통의학이 디지털로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구·산업·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번 출범을 계기로 한의학계가 AI와 데이터를 공통 언어로 삼아 임상 연구, 산업 응용, 국제 표준화 작업까지 이어가는 '디지털 대전환'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한 기관의 조직 개편이 아니라, 한국 전통의학이 세계 의료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기 위한 '역사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