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금수저 인증’ 영상 확산…집·얼굴 그대로 노출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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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3 13:02  |  발행일 2025-08-23
명품·외제차 경쟁하듯 자랑
댓글창엔 외모 조롱 쏟아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집은 100평이고 엘리베이터도 있어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카메라를 들고 집 안을 돌며 거실과 방을 자랑한다. 집 크기를 보여주듯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장면도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는 집 크기만 400평이라는 초등학생이 등장한다. 수영장과 손님방, 스파 시설이 갖춰진 화장실, 명품 수건을 차례로 공개하며 "우리 집보다 큰 집에 살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외쳤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금수저 인증' 영상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빠르게 유행하고 있다. 일부 유튜버가 '부자인 사람 연락 달라'며 출연자를 모집하자 아이들은 경쟁하듯 집 크기와 명품 옷, 시계, 외제차까지 내보이며 부를 과시한 것. 댓글창은 곧바로 누가 더 금수저인지 줄 세우듯 등수 매기기로 이어지고, 조회수는 순식간에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회를 기록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다 보니 얼굴은 그대로 드러났다. 가족의 모습까지 담긴 경우도 있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영상 밑 댓글에는 "부럽다"는 반응과 함께 "뚱뚱하다", "못생겼다"는 외모 조롱이 쏟아졌다. 한 영상은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린 뒤에야 댓글 기능이 차단되기도 했다.


노출은 얼굴에만 그치지 않았다. 집 내부를 돌며 방 개수와 아파트 이름까지 공개한 영상도 보였다. 이를 본 한 초등학생은 "나는 형과 방을 같이 쓰는데, 방이 여러 개인 집 영상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며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 보인다"고 털어놨다. 조회수를 노린 유튜버의 콘텐츠가 아이의 일상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순간이었다.


'금수저 인증'은 원래 해외에서 먼저 유행했다. 2~3년 전 외제차와 명품 가방, 현금 다발을 SNS에 올려 부를 과시하던 문화가 한국에서는 아동·청소년 중심의 '영상 콘테스트'로 변형됐다. 넓은 집과 비싼 옷을 경쟁하듯 내세우는 영상이 이어졌다. 영상을 보는 시청자 역시 대부분 또래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온라인 놀이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동·청소년 사회에 물질만능주의를 심화시키는 신호이자, '얼굴과 집'을 그대로 드러내는 행태가 아이들을 온라인 위험에 무방비로 내모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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