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안동 소재 명인안동소주가 제조·판매하는 안동소주 제품. 명인안동소주 제공
2년 전 경주 법주가 한일 정상 만찬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안동 소주가 만찬 자리에 올랐다. 경북 전통주가 연이어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하며 품격을 다시 인정받은 셈이다. 특히 안동 소주는 일본 측이 한국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도쿄 정상회담 직후 만찬에서 서로의 고향 음식을 나누며 우호 의지를 다졌다. 만찬상에는 이시바 총리의 고향 돗토리현을 대표하는 '이시바식 카레'와 맥주, 이 대통령의 고향 안동의 찜닭과 소주가 함께 올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안동소주와 돗토리 맥주를 나란히 배치한 것은 양국의 화해와 협력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에는 일본 사케와 한국식 장어구이, 오카야마산 백도도 곁들여졌다. 두 정상은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등 안동의 명소를 화제로 삼으며 대화를 이어갔고, 만찬 뒤에는 다다미방으로 자리를 옮겨 식후주를 함께하며 친교를 이어갔다.
안동 소주는 700년 역사를 지닌 한국은 물론 경북을 대표하는 증류주다. 최근에는 전통을 넘어 세계 무대와 관광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경북도가 제작한 'K-전통주' 영상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 디지데이 미디어 콘텐츠 마케팅 어워즈에서 코카콜라, 디즈니 등 글로벌 브랜드와 나란히 최종 후보에 올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안동 소주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내달부터 전통주와 안동 관광자원을 결합한 '전통주 팝업열차'를 선보인다. 열차 안에서 소믈리에 해설과 함께 안동 소주를 시음하고, 현지에서는 주조 체험·칵테일·미식 다이닝 등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이번 만찬 자리에서는 두 정상 부부가 개인적 경험과 정서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았다. 이 대통령은 "문자를 보내느라 바쁘다"는 농담을 건네 웃음을 자아냈고, 김혜경 여사는 이시바 총리 부인의 당선 순간 눈물을 언급하며 공감을 표했다. 만찬 뒤에는 다다미방에서 식후주를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갔고, 17년 만에 공동발표문이 채택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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