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을 던지는 권윤서.<권윤서 아버지 제공>

제8회 세계유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한국 유소년 야구 국가대표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타자 권윤서.<권윤서 아버지 제공>

동네에 있는 공동 우사를 빌려 아버지가 직접 만든 실내 야구 연습장에서 권윤서가 그의 형과 함께 캐치볼을 연습하고 있다.<이효설 기자>
대구 옥산초등 야구부 권윤서(12)의 별명은 '초등 오타니'다. 초등야구 투타에서 최고 활약중인 권윤서를 보고 전국 야구부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붙여줬다.
인천의 초등야구 중계 전문 유튜브가 지난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권윤서는 2025년 시즌 투구 이닝(29.1)과 투구수(437) 최다 선수다. 탈삼진(55) 1위는 물론, 타자의 출루 능력 지표인 사사구(10) 순위도 1위에 1개 뒤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OPS는 2.274로 4위, 타율도 5할대다.
지난달 31일 오후, 권윤서가 소속된 빅토리드림즈리틀야구단을 찾아 나서 도착한 곳은 경산시 진량읍 보인길에 위치한 허름한 창고같은 곳이었다. 출입문 셔터를 열고 들어가자, 냉방시설 없이 선풍기 한 두 대가 돌아가는 무덥기 짝이 없는 실내에서 권윤서가 고등학생 형과 함께 캐치볼 연습을 하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학원에 가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폭염을 피하는 동안 투구를 비롯한 배팅, 펑고, 웨이트를 무한 반복하며 하루 4~5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목회자인 아버지 권병훈씨는 "원래 마을의 공동 우사로 쓰이던 곳을 빌려 윤서와 동네 아이들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인조잔디는 울산 한 야구아카데미에서 버린 것을 주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일 한국 U-12 야구대표팀이 제8회 세계유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회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다. 이는 한국 유소년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첫 메달의 기쁨을 맛본 역사적 순간이었다.
권윤서는 이날 경기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대회 동메달결정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권윤서의 완봉승 활약을 앞세워 대만을 제압했다. 선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75구를 던져 5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무4사구의 손색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다음은 권윤서와의 일문일답.
-세계유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입상이란 결실을 거뒀다. 소감은?
"미국, 멕시코, 대만 등 세계에서 온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은?
"미국이다. 180cm가 넘는 선수도 있었다. 덩치가 우리들과 확 달랐다. 힘이 아주 좋았다. 한국에선 한명 한명이 조금씩 힘을 보태 경기를 이끌어가는 반면, 미국 선수들은 한명의 파워가 컸다."
-세계 무대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투수는 공을 던질 때 힘도 필요하지만 생각을 잘 해야 한다. 예를 들면 1루가 비어있을 때 강한 타자가 나오면 치기 어려운 공을 줘서 경기를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나 직구, 변화구를 상황에 맞게 두루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의 힘든 점은 무엇일까.
"팀이 지고 있을 때 힘들다. 지는 게 싫다."
-요즘 고민은.
"잘 하는 건 투수인데, 잘 하고 싶은 건 타자다.(웃음)"
-야구가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그냥, 더 연습하는 거다. 그것밖에 없다."
-앞으로의 목표, 꿈에 대해 말한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도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 프로가 돼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권윤서의 손을 잡아보았다. 배트를 잡는 손바닥이 접히는 곳마다 굳은살이 누렇게 박혀있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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