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일보 DB
"피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 1g도 아까운데, 1㎏이나 더 담으라는 건 너무합니다."
경북 영양에서 귀농한 한 농민이 최근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고발했다. 정성껏 기른 고추를 공판장에 내다 팔면서도 규정 탓에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판장 건고추 매입 시 초과 중량에 대한 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영양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귀농 1년 차 농부"라고 소개했다.
그는 도매업자나 공판장에 건고추를 납품할 때 600g을 한 근으로 계산해 30㎏씩 담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마대자루 무게(200g 안팎) 외에도 800g 이상을 더 채워 31㎏을 맞춰야 거래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한 근 가격이 평균 1만2천원인데, 포대 하나당 1만5천원어치를 덤으로 퍼주는 셈"이라며 "10포대면 15만원, 100포대면 150만원을 그냥 잃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민들이 피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인데 1g도 아깝다. 1㎏을 더 담으라는 건 너무 과하다"고 호소했다.
글쓴이의 주장대로라면 규정상 30㎏이면 충분한데도 현장에서는 31㎏을 요구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농민이 자율적으로 주는 덤이 아니라 공판장이 사실상 강제하는 셈이다. 앞으로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영양은 국내 최대 고추 주산지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 집계에 따르면 재배면적은 1천324㏊, 생산량은 3천t을 웃돈다. 밭농사의 절반 가까이가 고추 재배일 만큼 지역 경제의 핵심 작물이다. 농가 두 곳 중 한 곳은 고추를 심는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생산량이 4천t을 넘었지만, 농가 감소와 고령화 탓에 지금은 3천t 선을 유지하고 있다.
영양 고추는 품질로도 이름이 높다. 색과 향이 선명하고 과피가 두꺼우며, 고추씨가 적어 고춧가루가 곱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랭지에서 자라 당질과 비타민 함량이 높아 김장용으로 선호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농민의 몫은 줄어들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에선 9월 5일 기준 건고추(600g) 소매가격이 1만7천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1만8천933원보다 소폭 내렸다.
청원인은 글 말미에서 "공판장과 도매업자, 수매상들이 제각각 정한 규정이 아니라 정부가 일정한 지침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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