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주낙영 경주시장 명의로 숙박업소 대표들에게 발송된 서한문. 객실 청결 관리, 합리적인 요금 정책, 세심한 서비스 제공 등을 요청했다. 경주시 제공
직장인 박상훈(34)씨는 다음달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족과 경주 여행을 계획했다가 예약 사이트를 보고 망설였다. 평소 주말 15만원 안팎이던 보문단지 인근 객실이 행사 기간 30만대로 두배가량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호텔은 50만원을 넘겼다. 박씨는 "국제행사도 보고 가을 여행도 겸하려 했는데 숙박비가 너무 올라 계획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PEC을 앞두고 숙박요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행사 특수를 노린 일부 업주들이 객실 요금을 수배 이상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경주시가 직접 대응에 나섰다. '숙박요금은 투명하게', '바가지요금 근절에 동참해달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보문단지 일대 주요 도로 20여곳에 내걸었다. 일부 숙소에서 평일 4만~5만원 수준이던 객실이 행사 기간 30만원 이상으로 올라가고, 10만원대 호텔 객실이 60만원대까지 치솟은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16일에는 주낙영 시장 명의로 숙박업소 대표들에게 서한문을 보내기도 했다. 객실 청결 관리와 합리적인 요금 책정, 친절한 서비스 제공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특히 요금 문제는 지역 이미지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현장 분위기는 엇갈린다. 숙박업계는 "단풍철마다 요금이 오르는 건 업계 관행"이라며 "행사 기간이 지나면 곧바로 겨울 비수기로 들어간다. 이때 손님이 급감하는 만큼 성수기에 어느 정도 요금을 올려야 연간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민 김창훈(55)씨는 "행사와 성수기가 겹친 건 이해한다"면서도 "몇 배씩 뛰면 결국 경주 전체가 '바가지 도시'라는 말을 듣게 된다"고 했다.
문제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요금이 급등해도 제도적으로 이를 직접 제재할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소는 게시된 요금만 준수하면 된다.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새로운 요금을 정해 게시하는 행위 자체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정상회의가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이기 때문에 숙박업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숙박업소의 성의 있는 협조와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가 성공 개최를 뒷받침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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