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장애인 우선구매 ‘극과 극’…실천 의지가 성패 갈랐다

  • 강승규
  • |
  • 입력 2025-09-24 18:18  |  발행일 2025-09-24
제주·서울·충남대병원 여전히 기준치 밑돌아 대조적
공공의료기관 따라 격차 뚜렷…“책임 있는 실행 필요”
경북대병원, 2022년 5.83%→2024년 10.17% 주목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장애인 표준사업장 우선구매 제도'를 두고 국립대병원 간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법정 의무 기준을 10배 이상 상회하며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있는 반면, 대다수 병원은 여전히 소수점 단위의 저조한 실적에 머물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경북대병원 10.17% vs 서울대병원 0.03%…뚜렷한 격차


<강경숙의원실 제공>

<강경숙의원실 제공>

장애인 표준사업장 우선구매 제도는 장애인 고용 안정을 위해 공공기관이 총 구매액의 일정 비율(법정 기준 0.8%) 이상을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 물품이나 용역으로 채우도록 강제한 제도다.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분석한 '최근 3년간 국립대병원 장애인 표준사업장 구매 현황'에 따르면, 대구 경북대병원은 2024년 기준 구매 비율 10.17%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11개 국립대병원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점유율이다. 반면 제주대병원(0.02%), 서울대병원(0.03%), 충남대병원(0.04%) 등 상당수 병원은 법정 기준인 0.8%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실적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살 자리가 없다" vs "구매 범위 확장"


우선구매 실적이 저조한 병원들은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이유로 꼽는다. 전문 의료기기나 의약품 등 고가 물품의 구매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표준사업장의 물품을 구매할 여지가 좁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항변이 실천 의지 부족을 방증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높은 실적을 낸 경북대병원의 경우, 기존의 사무용 소모품에 머물렀던 구매 범위를 가구, 청소 용역, 인쇄물 등으로 전방위 확장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이는 병원의 시스템 개선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구매 비율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직접 고용 한계, '적극적 소비'로 메우는 전략적 상생


국립대병원들이 이처럼 우선구매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저조한 '직접 고용률'에 대한 고민도 깔려 있다. 의료진 위주의 인력 구조상 장애인 적합 직무를 찾기 어렵다 보니, 대다수 국립대병원은 매년 수억 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의료 전문 자격이 필요한 분야가 많아 직접 고용 의무(3.8%)를 이행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뚜렷하다"며 "직접 고용이 어려운 만큼 표준사업장 물품 구매를 별도 지표로 관리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 2026년 관리 강화…공공의료기관 '사회적 책임' 시험대


정부는 오는 2026년부터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 의무 이행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그간 법정 기준을 외면해온 병원들도 운영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보건 의료 전문가들은 "국립대병원은 단순한 진료 기관을 넘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특정 병원의 사례를 모델 삼아 구매 품목을 다변화하고 지역 장애인 사업장과의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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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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