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오승환 은퇴투어 모습.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왕' 오승환이 21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한다. 삼성 구단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 이는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네 번째다.
오승환은 강력한 악력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돌직구'로 잘 알려져 있다. 회전수가 뛰어난 그의 직구는 KBO 역대 최고의 직구로 평가받는다. 마운드 위에서의 무표정한 모습 덕에 '돌부처'라는 별명도 얻었다.

삼성 라이온즈 레전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21년간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7월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트윈스전에 등판한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제공>
◆리그를 지배한 ' 끝판대장' 오승환
오승환은 2005년 2차 1라운드(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오승환은 첫 해에만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로 정규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상(MVP)도 차지했다.
이후에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리그를 지배했다. 2006년과 2011년에는 각 47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737경기에서(30일 경기 전 기준) 427세이브 19홀드 44승 33패 평균자책점 2.32라는 기록을 남겼다.
해외 무대에서도 오승환의 활약은 이어졌다. 2014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해 39세이브를 달성했다. 선동열 감독(38세이브)이 1997년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세운 한국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섰다. 2015년엔 41세이브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2016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고 빅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오승환은 한국과 일본, 미국 프로야구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했다. 2019년 9월 빅리그 생활을 끝날 때까지 42세이브를 쌓았다.
KBO에 복귀한 이후에도 오승환의 기록 행진은 이어졌다. 2020년 한미일 통산 408세이브를 기록하며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기존 407세이브, 이와세 히토키)을 경신했다. 2023년 6월6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최초로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500세이브 고지도 달성했다. 이어 같은해 10월14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KBO리그 첫 400세이브를 기록했다.(오늘 9회 등판해 세이브 추가 시 한줄 추가 가능)

30일 오후 5시30분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오승환이 은퇴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오승환이 은퇴식 사인회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팬분들 덕분에 끝까지 응원을 받고 갑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30일 오후 5시30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KIA 타이거즈 경기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승환은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오승환은 외국 팬들에게도 잊지 않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일본 한신 팬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주고 계신다. 언젠가 한 번쯤 가서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미국에서 뛰면서 알았던 한인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감사하다"고 했다.
은퇴가 실감 나는지에 대한 답변으로는 "한 달 전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면서 "29일 밤부터 '벌써 30일이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야구장 로비에 지인들이 많이 온 걸 보니 은퇴식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오승환 인터뷰에 앞서 박진만 감독은 브리핑에서 기회가 된다면 9회에 오승환을 등판시키겠다고 말했다. 준비를 어떻게 했냐는 물음에는 "공은 계속 던졌다"면서 "은퇴식을 떠나 팀에게 중요한 경기다. 평상시에 하던 대로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은퇴발표 후 '후회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 몸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기도 했다"면서 "후회 없이 공을 던졌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오승환은 팀의 맏형으로 선수들을 든든하게 끌어줬다. "선수들이 사인을 받으러 많이 왔다. 자신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진짜 마지막이구나 생각했다. 강민호 선수 등이 기분이 어떤지 물어봤는데 '너희도 느낄 것'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2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오승환은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그는 "끝판대장, 돌직구, 돌부처 이미지가 있다"면서 "다 좋은 별명이다. 이미지에 맞게 잘 지어주셨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향후 계획은 뭘까. 그는 "아직 결정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어떤 결정을 할지 잘 모르겠다"면서 "은퇴식까지는 그런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