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 생명의 숨, 지역의 자부심으로…대구가톨릭대병원 폐이식 성공 스토리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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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5 18:22  |  발행일 2025-10-15
장기이식 중 가장 어려운 ‘폐이식’…대구경북 의료자립 새 이정표 세워
인공호흡기·에크모 의존하던 환자, 두 달 만에 건강하게 퇴원
배지훈·전윤호 교수 “지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이식 가능함 증명”
다학제 협진으로 완성한 ‘생명의 수술’…지역 의료 수준 한 단계 도약
수도권 의존 의료 현실 깨고, 지역 환자에 ‘희망의 숨결’ 불어넣어
배지훈(왼쪽) 대구가톨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장과 전윤호 교수가 폐이식 수술 성공 이후 밝은 미소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의료진은 대구경북 최초로 폐이식 수술을 성공시킨 주역이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배지훈(왼쪽) 대구가톨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장과 전윤호 교수가 폐이식 수술 성공 이후 밝은 미소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의료진은 대구경북 최초로 폐이식 수술을 성공시킨 주역이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배지훈 대구가톨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장.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배지훈 대구가톨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장.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전윤호 대구가톨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전윤호 대구가톨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한때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환자가 다시 자신의 호흡으로 세상을 맞이했다. 그 곁에는 포기하지 않은 의료진이 있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이 대구경북 최초로 폐이식 수술에 성공하며, 지역에서도 생명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이정표를 세웠다.


폐이식은 장기이식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또 가장 간절한 수술이다. 숨이 멈춰가는 환자의 마지막 생명을 붙잡는 일인 만큼, 의료진의 기술과 판단, 그리고 팀워크가 완벽히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번 수술 성공은 단순한 의학적 성과를 넘어, 지역 의료가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기적의 기록'이다.


배지훈 심장혈관흉부외과장과 전윤호 교수는 "환자가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노력이 보상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기술보다 더 깊은 신념,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성과의 가장 큰 의미는.


"지방에서 폐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곳은 양산부산대병원 외에는 뚜렷한 병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폐가 급격히 나빠져 회복이 어려운 환자들이 이식을 받게 되는데, 이들은 여러 생명유지장치를 단 채 서울이나 부산 등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생명을 위협받을 위험이 크다. 대구경북에서 폐이식을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즉, 지역 내에서 폐 질환과 관련한 경증부터 최고 중증까지 모든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 폐이식을 결단하게 됐나.


"환자는 처음 폐렴으로 입원했고, 치료 3주차에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체외순환기)를 사용하며 생명을 유지했다. 이후 폐렴과 염증은 호전됐지만 폐가 섬유화되면서 딱딱해졌고, 이전의 폐기능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인공호흡기와 에크모를 약 40일간 유지하는 동안 근육 손실이 심해 재활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컸다.(인공호흡기 24일째, 에크모 19일째인 3월 24일 월요일 폐이식 등록. 폐이식 등록 20일째 저녁 수술. 인공호흡기 44일째, 에크모 39일째, 입원 67일째 수술) 하지만 환자가 62세로 비교적 젊고, 다른 중대한 기저질환이 없어 보호자와 상의 후 폐이식을 결정했다."


▶수술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폐이식은 양쪽 폐를 모두 이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수술 시간이 길고 과정이 복잡하다. 수술 중에는 반드시 에크모를 사용해야 함에 따라 출혈의 양이 많고 난도도 높다. 이번 수술에서 가장 큰 난관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폐 크기 차이였다. 기증자의 폐가 커 그대로 사용하기 어려워, 흉곽에 맞게 크기를 줄이는 추가 수술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최적의 적합도를 확보하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협업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폐이식은 다학제 협진의 결정체이다. 호흡기내과는 수술 전후 환자의 전반적 상태를 관리하고, 재활의학과는 환자가 다시 서고 걷고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도왔다. 신경과는 수술 전후의 신경학적 상태를 점검하고, 정신건강의학과는 섬망과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 중 안정적인 바이탈을 유지시켜 주었다. 이처럼 어느 한 과정이라도 소홀하면 환자 회복이 어렵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의존하던 현실에서 이번 성과가 갖는 지역 의료적 전환점은.


"이번 성과는 대구경북에서도 경증부터 최고 중증까지 모든 폐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중증 환자들이 수도권까지 다니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며, 이식 환자는 평생 병원을 다니며 케어를 받아야 한다. 특히 폐이식 환자는 공기를 통해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에 노출돼 상태가 급변할 수 있다. 가까운 지역 병원에서 언제든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은 환자의 안전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이 점이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본다."


▶이번 성공의 배경에는 서울아산병원과의 협력이 있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도움 됐나.


"우리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의 폐이식 프로토콜을 도입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전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년간 72건의 폐이식을 경험하며 많은 노하우를 배웠다. 특히 이번에는 기증자와 수혜자의 폐 크기 차이가 컸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산병원 교수진과 논의하며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향후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위해 어떤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나.


"다른 장기이식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인 외래 방문과 검사가 필수다. 호흡기 중환자 교수가 주도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검사를 시행한다. 면역억제제를 평생 사용해야 함에 따라 혈액검사, X-ray, CT 검사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시행된다.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기관지 내시경이나 협진 검사를 즉시 진행하며,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수술 부위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외래에서 확인한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언제든 응급실이나 외래를 통해 진료받을 수 있다."


▶앞으로 폐이식을 포함한 장기이식 분야에서의 목표와 비전은.


"생명공학 발전으로 면역조절과 다중장기이식 기술이 진보하면서 이식 분야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폐이식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폐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은 13곳 정도로 제한돼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의사로서 우리 병원을 전국 최고 수준의 폐이식 센터로 발전시키고, 대구경북에서 신뢰받는 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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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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